(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서울 경력단절 여성들이 힘들게 재취업에 성공해도 임금은 크게 낮아지고 지위는 불안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시 직장을 얻었더라도 2년 만에 또다시 경력이 단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임금에 불안한 고용 형태, 육아·돌봄 문제 등으로 재경력단절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10명 중 2명꼴로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어리거나 많을수록 ‘육아부담’으로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기혼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재취업 과정에서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한 일자리에서 재직한 평균 기간은 2년 남짓
통계청은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으로 15~54세 기혼여성 765만 4000명 중 경력단절 여성은 12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3만 3000명 감소했으며, 15~54세 기혼 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15.9%로 1.1%포인트(p) 하락했다.
경력단절여성의 사유를 보면 육아가 41.1%(50만명)로 가장 많았고, 결혼 24.9%(30만3000명), 임신·출산 24.4%(29만7000명), 가족돌봄 4.8%(5만8000명) 등 순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력단절 기간은 10년 이상이 41.2%(50만1000명)로 가장 많았다. 5~10년 미만 22.8%(27만7000명), 1년 미만 12.6%(15만3000명), 3~5년 미만은 12.0%(14만6000명)로 뒤를 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 한 일자리에서 재직한 평균 기간은 23.9개월로 나타났다. 첫 경력단절 당시 일자리에서의 재직 기간은 평균 50.2개월로 조사됐는데, 이때보다 절반가량 짧아졌다. 이번 실태조사는 경력단절 여성 중 현재 비취업 상태로 경력이 단절된 지 6개월 이상 되면서 향후 경제활동 의사가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재취업했다가 다시 경력이 단절된 경우도 포함됐는데,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지위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 좀 키워놓고 다시 일하고 싶었는데 기회조차 없어”
주부 박모(35)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 1년 남짓 다니다가 퇴사했다”라며 “복직 후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무릎을 수술하셔서 부득이하게 더 맡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부모님께서는 건어물 도매업을 하셔서 아예 돌봐주실 수 없는 상황이라 오롯이 내가 봐야했다”며 “3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경력이 단절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주부 안모(41)씨 역시 “결혼 전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림과 육아에 매진했다”며 “지난해 아시는 분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잔무처리 및 행정업무 등의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계약직이라서 이제 1년 남았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들어오기 전 열 군데 정도 이력서를 넣었는데 깜깜 무소식이었다”며 “직장생활 할 때 나름대로 일 잘한다고 회사에서 인정받았었는데 이제는 아예 일할 기회조차 없구나라는 생각에 우울했다”고 전했다.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들은 “결혼 후 아이를 좀 키워놓고 재취업하고 싶었는데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 걸림돌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 “기혼 여성 경력 유지되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 필요해”
기혼여성 중 18세 미만 자녀와 사는 여성은 427만6000명으로 경력단절여성 비중은 22.7%로 집계됐다. 고용률의 경우 6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p 상승했고, 이는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자녀가 어리거나 많을수록 고용률은 낮아졌다.
재취업을 시도한 바 있는 강모(37)씨는 “아이를 낳고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며 “면접 시 ‘아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26개월이라고 하면 ‘아직 많이 어리네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매번 아이 많이 낳으라고 하면서 한 명 낳았는데도 이렇게 재취업하기 힘든데 두세 명 낳은 엄마들은 정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자녀가 1명인 경우 63.4%, 2명일 때 62.0%, 3명 이상인 경우 57.6%로 자녀 수가 많을수록 낮아졌다. 자녀 연령별로 보면 6세 이하인 경우 55.6%, 7~12세일 때 64.3%, 13~17세인 경우 69.2% 등으로 집계됐다. 경력단절 여성의 기간을 살펴보면 10년 이상이 41.2%로 가장 많았다. 5~10년 미만은 22.8%(27만7000명), 1년 미만은 12.6%(15만3000명), 3~5년 미만은 12.0%(14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모든 항목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선 일자리, 돌봄, 남녀평등 등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혼 여성이 자녀를 가져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노동시장 내 재진입 시 고용조건이 불리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