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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新명품 高신장 ‘삼성물산’… 새 먹거리 Turnaround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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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新명품 高신장 ‘삼성물산’… 새 먹거리 Turnaround가 필요해
  • 황최현주 기자
  • 승인 2024.08.19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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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불모지서 꽃피운 ‘골덴텍스 양복지’… 경영 복귀 이서현 사장 ‘브랜드 경쟁력 제고’
삼성물산 ci.
삼성물산 ci.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외래품을 능가하는 골덴텍스 양복지’라는 광고를 본 사람들 누구나 깜짝 놀라며 코웃음 쳤다. 골덴텍스는 당시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생산하고 있던 양복지였다.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한국은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 누구도 ‘패션’으로 성공하겠다고 꿈꾸는 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일모직이 내걸었던 광고문구는 사람들의 관심과 의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 딱 좋았다. 당시 마카오에서 들어오는 양복지나 영국산 원단을 제일로 꼽았던 풍토였다. 그런 풍토 속에서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전환 발상은 훗날 산업환경까지 변화시켰다. 업계에서도 ‘옷 잘 입는 사람’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이 회장은 손수 ‘장미라사’라는 양복점을 오픈했고, 한 해 50만벌의 양복지를 생산했다. 

이를 통해 K-패션의 포문을 제일모직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단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가 어느 순간 글로벌 패션을 주도하는 국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렇게까지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병철 회장의 안목과 노력이 있었다.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기업 변천사. 사진=삼성물산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기업 변천사. 사진=삼성물산

패션불모지에서 피운 ‘글로벌 패션’의 꿈… 대구 원단시장 조성 일등공신

45개의 브랜드와 전국 각지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삼성물산 패션은 한 때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제일합성과 더불어 삼성 내 ‘제일 3총사’ 중 한 곳으로 불리었다. 1955년 소모방공장 준공 후 1956년 국산 양복지 ‘골덴텍스’를 만들었다. 이후 방적과 직포, 방모공장 등을 잇따라 설립했고, 1961년 창사 최초 복지를 해외로 수출했다. 그 해에 학생 교복 ‘에리트’도 생산‧판매했다. 

1975년 기업공개 후 제일복장으로부터 ‘장미라사’ 사업권을 이어받은 후 1976년 제일모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여성 기성복 브랜드 ‘라보떼’ 설립, 교복 아이비클럽, SS패션 인수 및 합병 등을 거친 후 지난 2013년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후 이듬해 2015년 삼성물산으로 합병되면서 패션부문은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이 됐다.

얼핏보면 기업 설립까지 순탄한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만 판단될 수 있지만, 설립 과정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일모직 설립 전 우리나라는 마카오에서 생산된 양복지를 사들여 양장을 만들었는데, 원단을 수입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쌌다고 한다. 

당시 대구 칠산동에 7만평의 토지를 매입해 공장을 지었고, 직물을 뽑아내는 기계마저 일본산이 아닌, 그보다 값이 훨씬 비싼 서독제 기계를 가동하고 있었다. 영국제와 가격경쟁을 해야만 했던 제일모직은 생산단가가 높아 늘 적자를 면치 못 했다. 제일모직 중역들은 이 회장에게 사업을 접자고까지 권유를 했었지만, 이 회장이 골덴텍스 양장을 입고 다니면서 스스로 마케팅‧홍보에 주력한 덕분에 제일모직에서 생산된 제품은 점차 ‘가성비 양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회장 덕분에 대구시 역시도 섬유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인정받게 됐고, 동종업종 기업들이 속속 대구시에 설립됐다. 그 결과 현재도 질 좋은 원단이나 의류 부속품을 구입하려는 사업자들은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원단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빈폴. 사진=삼성물산
빈폴. 사진=삼성물산

세계 1등 이탈리아 직물과 어깨 나란히 

삼성물산의 직물 품질은 국내 최고, 나아가서는 글로벌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직물 퀄리티는 단연 이탈리아이고, 놀랍게도 그 다음이 삼성물산 직물이다. 모직의 경우 1980년대 당시 영국산 모직 원단을 으뜸으로 쳤고, 기술력도 이탈리아 등에 비할 바 아니었지만, 고급원단을 생산하는 기업에 항상 거론되곤 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올 2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5130억원, 영업익 520억원을 달성했다. 비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0%, 8.77% 감소했지만, 편집숍 비이커와 10꼬르소꼬모 등을 중심으로 MZ세대를 겨냥한 신(新)명품 브랜드 발굴에 집중해온 덕분에 지난해 2조 컴퍼니에 올랐던 것을 미뤄볼 때 남은 3,4분기 실적 역시도 크게 오르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9년부터 전개된 ‘선택과 집중’,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창출’, 그리고 ‘신명품’ 덕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자크뮈스, 스튜디오니콜슨, 가니 등을 통해 전년대비 각각 170%, 90%, 50% 성장했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고착된 명품보다는 자신의 색을 강하게 표하고 싶은 MZ세대 특유 마인드가 신명품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제일모직 시절 인수한 빈폴, 구호, 토리버치 라이선스 획득 역시도 패션 트렌드의 흐름을 잘 읽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빈폴의 경우 명품브랜드는 아니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100만원 이하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서 질 좋은 원단, 만족도 높은 AS, 명품 잡화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디자인 퀄리티 등이 고객의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십자 앰뷸럼이 인상적인 토리버치는 20~3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이서현 사장. 사진=삼성물산
이서현 사장. 사진=삼성물산

‘에잇세컨즈‧빈폴 아웃도어’ 주역 이서현 사장의 다음 행보는?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긍정적 영업 성과를 내지 못 하고있는 현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이서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회공헌업무총괄이 5년 만에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내년도 호실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이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기존 패션 부문만 맡아왔으나, 복귀와 더불어 삼성의 지주사 삼성물산 내 4개 부문의 브랜드 통합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재임 당시 에잇세컨즈, 빈폴 아웃도어, 구호를 삼성물산 브랜드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출시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글로벌 SPA ZARA와 H&M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복귀 이후 뚜렷한 행보는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전작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서현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삼성물산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 브랜드 론칭 등 새로운 움직임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서현 사장 복귀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패션부문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등을 맡았던 업무 경험과 삼성의 문화‧사회공헌 분야를 성공시킨 이력이 있는 만큼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말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다는 뜻을 내보였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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