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결혼한 후 아이를 낳으면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여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워킹맘 대신 육아맘이 됐다. 이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결혼한 여성과 ‘워킹맘’의 고용률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기혼 여성 중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 수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쌍둥이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한 김모(38)씨는 “예전 선배들은 1년 휴직 후 복귀하려면 눈치가 보이고 휴직 기간도 다 못 채우고 회사에 나왔다고 하던데 나는 1년 육아휴직하고 당당하게 복귀했다”라고 말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도 최선을 다해 키우고”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 10명 중 6명이 ‘워킹맘’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워킹맘이 증가함에 따라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기혼여성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0%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래 최고치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고용률도 높았다.
50∼54세의 고용률이 67.3%로 가장 높았으며, 45∼49세(65.1%), 40∼44세(61.0%), 35∼39세(57.2%), 30∼34세(52.7%), 15∼29세(41.8%) 순이었다. 자녀 수별 고용률을 보면 자녀가 1명인 경우가 61.2%로 가장 높았으며, 2명일 때 59.3%, 3명 이상인 경우 56.6%였다.
워킹맘인 경모(41)씨는 “직장생활 1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이를 낳고 직장에 복귀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회사에서 눈치를 주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복귀를 주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막상 회사에 복귀하니 다시 일하는 직장인의 모드로 돌아와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도 틈틈이 잘 챙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회사에서 부담스러워해”…자녀 많고 어릴수록 경력단절률↑
통계에 따르면 자녀 수가 많을수록 고용률이 낮았다.
셋째를 낳고 직장을 그만둔 오모(43)씨는 “2년 전에 셋째 아들을 낳고 지난해 회사에 복귀했다가 올해 회사를 그만뒀다”라며 “6살, 4살, 2살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다”라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고 다치다 보니 조퇴를 해야 하는 날도 많고 유치원, 어린이집 행사 때는 참여해야 해서 이래저래 눈치가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모님을 구할 때도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잘 오시지 않고 빨리 그만두셔서 늘 발을 동동 굴렀다”라며 “직장 선배 중 아이가 3명이 있는 언니도 아이를 낳은 후 반년간 회사에 다니다 알아서 그만두더라”라고 전했다.
4명의 아이를 둔 김모(44)씨도 “다둥이 엄마들은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 같다”라며 “몸은 힘들어도 회사 눈치를 안 보니 마음은 편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 낳고 선배와 면담을 하는데 아이가 네 명이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한다”라며 “‘회사 입장도 이해해줘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미성년 자녀를 가진 기혼여성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8.2%)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서비스업(16.1%), 도매 및 소매업(12.9%)이 뒤를 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유자녀 기혼여성의 일자리 질이 개선됐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대비 1.9%포인트 증가한 79.9%(171만6000명)였다. 평균 취업시간도 35.7시간으로 0.1시간 늘었다.
일·가정이 양립하는 노동 시장 환경 구축이 필요해
경력단절 기간 별로는 10년 이상이 40.0%로 가장 많았다. 5∼10년 미만은 24.1%, 3∼5년 미만은 13.2%였다. 육아나 출산 등 이유로 일을 그만둔 여성 10명 중 4명은 10년 넘게 재취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부 박모(39)씨는 “아이 둘을 낳고 재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라며 “아이 둘을 유치원 보내놓고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43)씨 역시 “대학교 때 바이올린을 전공해서 교향악단에서 활동했는데 어렵게 아이를 갖다 보니 임신을 알게 된 후 그만뒀다”라며 “아이가 어느덧 5살이 되어 내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때 그만둔 게 살짝 후회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다시 교향악단에 들어가는 것은 힘드니 아이들 개인레슨이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30대 여성 미취업자 중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은 2016년 77.3%에서 지난해 69.8%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 기반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라면서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예년보다 많이 증가했고, 경력단절 비율이 감소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확산할 수 있게 부모 맞돌봄, 모성 보호 제도, 시차 출근제, 유연 근무 활성화 등을 통해 일·가정이 양립하는 노동 시장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