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에서 웹소설 작가까지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진로 선택의 길이다. 어떤 길에서 행복을 찾을지 고민하고,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의 길인지를 계속해서 되묻는다.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나의 '잡(JOB)'다한 스토리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상세히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편에서는 웹소설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일호 씨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웹소설 작가 박일호 씨와의 즉문즉답]
Q. 웹소설은 일반 소설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웹소설 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웹소설은 대표적으로 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등에 한편당 5천자 분량으로 연재되는 소설입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보편적 소비형태에 맞춰 빠른 전개와 간략한 문체, 직관적인 표현이 주류를 이룹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카페에 일상 글을 종종 남기곤 했는데, 제 글을 읽은 현직 웹소설 작가의 권유로 웹소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낯선 길이었기에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웹소설 시장의 흐름이나 독자들의 니즈, 성공한 소설의 장점들을 파악하며 약 1년 간 웹소설과 웹소설 시장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Q. 1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작가님이 연재하게 된 소설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연재하는 소설은 웹소설에서도 가장 큰 주류 장르인 현대판타지입니다. 현대 사회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주인공이 판타지적인 기연을 계기로 인생을 두 번 살게 되면서 큰 성공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평범한 서민이 재벌이 되기까지의 과정이죠. 그래서 작품 제목이 '평민에서 재벌까지'입니다.
저의 첫 작품은 독자로부터 예상보다 큰 사랑을 받아 현재 약 170편째 연재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1일 5000자 분량 1편이 보통 웹소설 연재의 기본이기에, 약 7개월동안 연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7권 분량에 해당하는 양이죠. 오랜 기간 독자의 관심으로 이어져가는 작품인 만큼, 앞으로의 제 작가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집필할 때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A. 현대 판타지인 만큼 근현대사의 실제적인 큰 사건·사고와 시대의 흐름을 토대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통해 상상의 가지를 뻗어가곤 합니다. 주로 아이디어는 뉴스에서 차용하는 편입니다.
Q. 웹소설 작가의 하루는 어떤가요?
A. 웹소설 작가로 일하기 전에는 작가란 직업에 대해 로망이 있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특히 저는 해외 배낭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로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정말 다른거죠. 실제 유료연재를 시작한 후 매일 아침 눈 뜬 순간부터 그날의 연재분을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1인 1연재가 주류를 이루는 업계 특성상 휴일이나 쉬는날 없이 거의 매일같이 글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제 경우 아침 7시30분쯤 일어나 8시~12시까지 오전 작업을 합니다. 이후 식사와 운동을 한 후 휴식시간을 갖고 6시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 보통 밤 10시나 11시경 마칩니다. 집필 시간만 하루 9~10시간 소요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가 한편 분량인 5천자를 집필하는데 평균 4~9시간 정도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우선 이 직업의 장점은 글을 쓰는 것에 노하우와 노련함이 생기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글을 쓰는 것 이외에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소모적인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웹소설 시장이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만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저는 이 직업의 장점을 살려, 태국이나 라오스의 한적한 시골동네에서 유유자적하며 글을 쓰는 여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반대로 단점은 1일 1연재라는 압박감, 그에 따른 피로누적입니다. 특히 아이디어나 소재가 고갈됐을 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시간에 쫓겨서 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을 연재해야 할 때에도 상당한 괴로움이 뒤따릅니다. 또 웹 연재의 특성상 독자들의 피드백을 매일 받게 되는데, 칭찬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독설과 가슴 아픈 비평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소위 악플이라 부르는 독한 말들이 때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매일같이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다는 자체가 큰 부담이기도 하고요. 웹소설 플랫폼마다 작품의 인기도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순위가 산정되는데 주로 30분~1시간 사이 갱신되기 때문에 순위 변동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납니다. 제 작품의 순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꽤나 아프죠. 비트코인 산 사람이 하루종일 비트코인 시세를 보며 일희일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짬짬히 제 소설을 몇 명이 구매했는지, 순위는 어떠한지 확인하며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Q. 웹소설 작가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반대로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A. 출퇴근을 하는 빡빡한 지하철이나 해우하기 위해 잠시 들린 화장실에서 바쁜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 제 글을 읽고 잠시라도 웃을 수 있다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습니다. 이 직업을 하면서 느끼는 최고의 보람이죠. 또 네이버 시리즈라는 대형 포털에 연재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조카가 정말 신기해하고 좋아하더라고요. 그 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반대로 힘들 때는 역시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때, 악플을 보게 될 때입니다.
Q. 시간이 재촉하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상황을 극복하시나요?
A.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에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내부적 요인은 아이디어나 소재의 고갈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다른 매체(유튜브·영화·드라마·음악 등)와 자료조사를 통해 막힌 전개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작품에 대한 날 선 비평이나 악플이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안좋은 글을 읽게되면 다음 연재분을 쓰기가 겁이 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 집필중인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면 글쓰기가 무척이나 힘들어집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서 참는 수밖에 없죠. 저는 주로 헬스나 사이클을 타며 잡생각을 없애는 편입니다. 그렇게 머릿속에 여백을 주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다시 무언가를 써내려갈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웹소설 작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독자들의 니즈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글재능이 중요하지만 웹소설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1일 1연재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근성과 노력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오랜 기간 집필을 하신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많이 배우는 편입니다.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써나가는 글들을 보면 '나도 흔들리지 말고 내 글을 써나가자' 이렇게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Q. 웹소설 작가는 다른 직업과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시나요?
Q. 웹소설 작가는 다른 직업과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시나요?
A. 네, 현직 의사이면서 의학소설을 써서 큰 인기를 얻으신 분도 있고, 지금은 전업을 하셨지만 무역회사에 종사하며 기업물 소설로 독자의 호응을 받은 작가분도 계십니다. 이분들 외에도 직장을 다니며 겸업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Q. 어떤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시나요? 인상깊게 읽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독자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찝어내서 시원하게 긁어주는 '대리만족형 작품'과 읽는 동안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전지적 독자시점'. 이 두 작품은 각각 제작년과 작년을 대표하는 명실공히 최고의 히트작입니다.
Q.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웹소설은 일반 문학소설에 비해 글이 상당히 경쾌하고 진행이 빠른 편입니다.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쉬운 글로 보여지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만을 보고 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생활도, 작가로서의 생활도 모두 경험해본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결국 돈을 번다는 것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거에요.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다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저 역시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아 조심스럽지만 이 두 문장이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웹소설 작가까지.
작품 속 주인공이 성장해가듯, 박일호 씨도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박일호 씨가 꿈꾸는 미래가 함께 그려지고 있다.
"저만의 세계관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싶습니다"
낯선 영역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작품의 흐름을 타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의 작가 인생 절정에 수많은 독자들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박일호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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