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93년생 이하빈씨에게 물었다.
"학창시절 나의 기분을 좌우했던 3가지는 무엇인가요?"
"친구, 성적.... 그리고 급식!"
"학창시절 나의 기분을 좌우했던 3가지는 무엇인가요?"
"친구, 성적.... 그리고 급식!"
이하빈 씨는 "학창시절 급식표에 형광펜을 그엇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표시해두며 급식시간만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직장인이 된 이하빈 씨는 매일같이 12시 정각만을 기다리며 오늘 뭐 먹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맛있는 음식 한 입에 사르르 녹을 때가 있다. 때로는 누군가의 기분전환을 위해 맛 좋은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음식은 사람들의 행복 엔도르핀을 끄집어낸다. 셰프의 손길에서 탄생하는 것이 음식이라면, 맛 좋은 음식을 만드는 셰프는 결국 행복 엔도르핀 공급자인 셈이다.
이번 편에서는 매일같이 행복 엔도르핀을 생산하는 셰프 김동기 씨의 '잡(JOB)다한 스토리'를 공개한다.
김동기 씨를 만나기 위해 연남동에 위치한 일식전문점 '모츠모츠'를 찾았다.
[일식전문점 셰프 김동기 씨와의 즉문즉답]
Q. 다양한 직종 가운데 셰프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저희 부모님께서 요식업을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영향인지, 어느 순간부터 요식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깊게 박혔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바쁘셔서 동생과 단둘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 때 동생과 함께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요리가 취미가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그렇게 지난해 4월 셰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터를 마련했죠.
Q. 일식전문점 '모츠모츠'의 창업과정이 궁금합니다.
A. 요식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금을 마련해야 했어요.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갔고, 3년 반 정도 열심히 일했어요. 자금이 어느정도 모였다 싶었을 즈음,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죠. 사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처음하는 창업이었고, 모든 것을 혼자 해야했으니까요. 그래도 부지런히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어요. 일단 자격증 취득을 위해 요리 학원을 다녔어요. 또 시간을 쪼개서 가게 자리도 알아봤고요. 가게 자리가 정해진 이후부터 가게 오픈까지 약 5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뒀어요. 그 기간동안은 인테리어 업자와 상의해 주방을 설계하고 주방 용품을 보러 다니는 등 가게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꼼꼼히 확인했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세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혼자 준비를 하다보면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이 때 저는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요식업 선배라 할 수 있는 부모님의 조언,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빈틈을 채워갈 수 있었죠. 1인 창업이라 해서 혼자 머리를 싸매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조력자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아요.
Q. 셰프라는 직업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A. 요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주방이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좋아요. 먹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해볼 수 있으니까요. 또 다양한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이 색다르고 즐겁죠. 일할 때 받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는 편이에요. 단점은 즐겁게 일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에요. 가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신경써야 해요. 운영시간이 매출에 영향을 주다 보니 일주일 중 6일은 가게를 열어요. 마음같아서는 운영시간을 더 늘리고 싶지만, 쉽지가 않아요. 소모된 체력을 보충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끼고요.
Q. 요즘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셰프는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인가요?
A. 저처럼 1인 창업을 해서 셰프로 일하게 된 경우에는 모든 것이 제 선택에 달렸어요. 일반 회사와 달리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없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가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죠. 그래서 여유를 부리려면 충분히 부릴 수 있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어요. 모든 일이 그렇듯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 메뉴 개발과 가게 운영을 최선을 다하는 만큼 가게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유가 주어진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거죠.
Q. 셰프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A. 가게 운영시간이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에요. 아무래도 운영시간에 제 생활을 맞추게 되죠. 저는 오전 11시쯤 일어나서 매일 운동을 해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운동을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운동을 하고 간단히 휴식을 취한 후에는 가게 운영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고, 장을 보러 가요. 가게 오픈하기 1~2시간 전쯤 미리 가게에 나와 오픈 준비를 하고요, 오픈 시간부터는 손님 맞이, 요리 제공 등 바쁘게 시간이 흘러가죠. 중간중간 짬을 내서 메뉴 연구도 하고 직원들 밥도 챙겨줍니다. 새벽 1시에 가게를 마감하고 뒷정리를 한 후에 비로소 저에게도 자유시간이 주어지죠.
Q. 모츠모츠가 다른 일식전문점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요?
A. '맛'이라 생각해요. 모츠모츠에서 판매되는 메뉴들은 대부분 자체 개발 메뉴에요. 소스류부터 맛을 내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편이에요. 사서 쓰면 맛이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죠. 맛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메뉴 개발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모츠모츠의 메인 메뉴인 나베 종류는 레시피가 만들어지는 데 석달 넘게 걸렸어요. 100번 이상 만들어보고 먹어보고를 반복했죠. 재료나 육수에 변화를 주면 맛이 달라지거든요. 가장 좋은 맛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해요.
Q. 직접 개발한 메뉴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A. 저는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일본 여행을 굉장히 자주 가요. 1년에 3~4번은 꼭 가는 것 같아요. 자주 가다 보니 일본 맛집을 몇 개 알게 됐어요. 맛집 가게를 운영하는 주방장과 교류하면서 팁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알려주시거든요.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죠, 비율 같은 것은 직접 연구를 해야 해요. 완벽한 레시피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를 하는데요, 때로는 실수를 통해 신메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생각했던 방식과 다르게 진행했는데 '괜찮네?' 싶을 때요.
Q. 요리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요리는 배워서 나아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조리기술 부분은 배움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역량이에요. 하지만 맛을 내는 것은 다르죠. 보통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요리가 만들어지거든요, 개인마다 입맛이 다르다보니 맛에 차이가 생겨요. 요리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맛의 호불호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한다, 못한다는 주관적인 거죠. 어떤 음식이 내 입맛에는 맞아도, 다른 사람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가 있거든요.
Q.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손님 두 분이 오셔서 메뉴를 3가지 이상 시켰는데, 빈 그릇만이 남았을 때 가장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음식을 그만큼 맛있게 드셨다는 의미니까요. 특히 나베를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기는 참 힘들거든요. 근데 다 드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감사하고 뿌듯하죠. 또 이전에 제 가게를 방문했던 고객이 또 찾아주셨을 때. 너무 반갑고 좋아요. 모츠모츠는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라, 단골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신메뉴 개발에 항상 힘쓰고 있어요. 이달 말쯤 신메뉴 5개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Q. 셰프, 1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현실적 조언이 있을까요?
A. 절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련 분야 일을 적어도 2~3군데에서 해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오히려 지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어요. 저 역시도 창업을 하기 전에 6군데에서 요식업 일을 해봤어요. 그 때의 경험이 창업을 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요리하는 것,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모두 좋아해야 해요.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보다 얼마나 즐겁게 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츠모츠는 김동기 씨의 꿈과 열정이 담긴 공간이다. 메뉴판에 적힌 대부분의 메뉴가 그의 노력을 통해 개발됐고, 가게의 아늑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소품 하나하나에도 김동기 씨의 손길이 닿아있다.
어릴 적부터 요식업 한 길만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꿈에 다가간 김동기 씨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10년 이내로 자체 브랜드를 5개 이상 만들 계획입니다. 모츠모츠를 시작으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해가고 싶어요. 또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많은 분들에게 입이 즐거워지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김동기 씨가 만든 음식에는 행복 엔도르핀이 가득하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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