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회장인 어머니에 의해 사장서 해임된 두 아들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반면 어머니에 의해 그룹 부회장까지 올랐던 딸은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한미그룹 이야기이다. 이 회사가 오너 일가간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이다.
이날 진행된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주현 부회장과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에 대한 이사 선임이 부결됐다. 반면 사장 해임이라는 강풍을 맞았던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은 사내이사로 통과됐다. 이 밖에도 두 이사 측 인사 5명 역시도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주총에는 소유주식수 5962만456주에 해당하는 2160명(위임장 제출 포함)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 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6776만3663주 중 의결권 주식 총수 88.0%가 참석했다. 대주주 외에도 소액주주를 합쳐 총 216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표결에 나섰다. 현장에서도 위임장 확인 등의 이유로 당초 개최 예정 시각인 오전 9시를 훌쩍 넘겨 오후 12시 28분에야 총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투표 결과를 내지 못 했고, 여러 번 검표를 거치고 나서야 결과가 확정됐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 주총 현장에서 신경질적인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사건의 발단은 주총 의장 대행을 맡은 신성재 전무 때문으로, 주총 사회를 맡으면서 자신을 ‘전무이사’라 소개했다. 그러자 한 주주는 “등기이사도 아니면서 왜 이사라 하시냐?”며 “사기냐?”라고 외쳤고, 임종윤 전 사장은 해당 주주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일침했다.
또 다른 주주는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의장이라고 하기 전 ‘전무이사’라고 말했다”며 “적법하지 않은 진행이라면 의장 불신임을 행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주주에 따르면 대법원은 미등기이사는 권한대행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주주와 업계는 임주현 부회장이 사내이사가 될 것임을 강하게 예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숙 회장은 딸 임주현 부회장을 후계자라고 언급할 정도로 전적인 지지를 표한 것과 서진석 OCI그룹 사장이 한미약품 등기이사로 합류한 것 때문이다. 더욱이 7.66%의 지분을 갖고있는 국민연금이 지난 26일 모녀 측을 지지한 바 있다.
당초 언론과 업계는 종윤‧종훈 형제가 신규 이사로 결정되면서 OCI그룹 통합이 무산될 수 있음을 내다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주총이 끝난 후 종윤‧종훈 형제는 “OCI그룹과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는 말로 통합 혹은 화친을 맺는 등 양사간 다양한 형태의 결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 1월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형제가 신규 이사로 지정되고, 임주현 부회장이 고비를 맞으면서 일단락된 분위기이나 두 아들이 다시 회사로 귀환하면서 송영숙 회장이 차후 어떤 행위를 하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마냥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임종윤 이사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오늘 주총 결과를 잘 알고 있어 실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머니와 빨리 화해하고 싶고, 다시 돈독한 부모자식 관계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임 이사는 “한미그룹을 떠난 인력들도 어서 다시 회사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며 “소액주주라고 감히 부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이면서 주주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