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지나 기자)

#30대 1인가구 박 씨는 퇴근길 마트에 들러 '마감세일' 품목들을 주로 쇼핑한다. 대형마트에서 오후 8시~9시 사이에 특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박 씨는 "어차피 당일 소비할 건데 한꺼번에 주말에 장을 한꺼번에 봐놓는 것보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그때그때 저렴하게 사서 소비하고 있다. 먹는 데 쓰는 비용을 30~40%정도 줄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주말에는 영화관 대신 친구들과 집에 모여 넷플릭스를 즐기거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20대 오 씨는 최근 뜨개질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오 씨는 "뜨개질로 인형을 뜨거나 베스트를 뜨며 주말에 시간을 보낸다"며 "나중에 실력이 쌓이면 부업도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고 있는데, 하루하루 새로운 방법들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나중에 은퇴하면 공방을 차릴 생각이다. 현재 자취하고 있는데, 최대한 빨리 은퇴해 지방으로 가는 게 꿈이다. 결국 경쟁을 피하며 살기 위해 현실에서 수많은 경쟁을 버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확행을 대체할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이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5에 따르면, 아보하는 특별한 성취나 화려한 경험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Z세대는 언젠가부터 명품백을 사지 못하는 대신 명품 립스틱을 구입하고, 비싼 디저트를 먹으며 '소확행'을 외쳤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행복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일종의 ‘행복 강박’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얼만 전만 해도 '골린이(골프+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Z세대는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과시했다. 하지만 고물가에 골프를 포기한 Z세대는 '러닝'으로 눈을 돌렸다.
러닝은 퇴근 후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값비싼 장비가 필요가 없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생활비의 대부분을 써야 하지만, 러닝은 퇴근 후 운동복과 운동화만 신고 언제나 즐길 수 있고 운동 효과도 크다.
유튜버를 통해 요가나 스트레칭을 즐기는 것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유튜브를 통해 초보자도 쉽게 요가나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영상이 많다.

젊은세대 사이에서 '뜨개질'이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과거 나이 드신 분들의 취미였던 뜨개질이 젊은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도 줄였다. 화려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대신 동네 카페를 탐방하고, 동네 목욕탕 사우나,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를 반영하듯, 예쁜 골목 카페가 이들의 '아지트'로 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닌, 내일을 준비하고 '행운'을 바라는 것도 젊은세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명태' 모양의 인형을 현관에 걸어두고 유튜브를 통한 '운세'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도 이와같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인기에 힘입어 천으로 만든 인형이나 나무를 깎아 모양을 내거나 도자기로 빚거나 아무튼 여러 모양의 명태가 등장하고 있다. 명태 인형은 “액을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뜻을 갖고 있다. 불안한 현실에 행운을 바라는 이들이 '재물운' '취업운' 등 목적에 맞게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명태를 직접 제작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명태 인형을 제작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행운을 부르는 '네잎클로버 열쇠고리' 등도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카페에서 '네잎클로버'가 그려진 음료를 판매하거나, 운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Z세대가 많이 찾는 일명 '천원숍'에서도 행운을 부르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행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대 황 씨는 최근 '천원숍'에서 네잎클로버가 그려진 열쇠고리를 구입했다. 황 씨는 "친구들이랑 나눠가지려고 구입하게 됐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친구들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특별한 날 '로또'를 선물하는 것도 트렌드가 됐다. 20대 이 씨는 "5천원으로 친구에게 행운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하게 됐다. 얼마 전 친구가 퇴사 선물로 로또를 구입해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실제로 친구들끼리도 로또는 저렴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선물이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