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 동서식품 면죄부… ´괘씸하다´

(시사캐스트, SISACAST=최동주 기자)

동서식품 시리얼 대장균군 검출 파문 관련,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도마에 올랐다.

국민 공분을 부채질하는 가운데 불매운동 확산 여부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식약처는 동서식품 시리얼 18개 전 품목에 대해 총 139건을 수거 검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처벌 수위를 결정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식약처 관계자는 "대장균군이 음성이 나오면 병원성 미생물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험 미생물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독소를 생산하는 것은 곰팡이인데 아플라톡신 등 일반 대장균군의 경우 독소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 위해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식약처에 따르면 대장균은 식중독균과는 달리 가열하면 살균이 되는 만큼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하는 열풍 건조 공정을 제대로 거치면 최종 완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고, 동서식품의 경우 시중에 유통된 완제품에는 위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서식품은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부적합 제품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식품위생법 제31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을 근거로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정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동서식품 완제품의 경우는 위해물질이 아니라는 점에 식약처는 강조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약처 처분을 둘러싼 여론의 시선은 냉랭하다.

대장균군 검출 시리얼 제품의 재활용 혐의가 적발된 동서식품에 대해 식약처가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보고하지 않고 재활용한 위법 행위에 비해서는 처벌이 약하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시각에 따라서 식약처의 조처가 중대 처분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국민 공분을 잠재우기에는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식약처 처벌에 비춰 볼 때 향후 부적합 사실이 적발돼도 동서식품에 30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한 것처럼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경종을 울려 식품 안전사고율을 낮출 만한 유인책이라고 하기에는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식약처의 뒷북대책 논란도 일고 있다. 이제까지 동서식품 사건 같은 유사사례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온적인 행보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식약처의 사후관리의 부실 대책 요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식약처가 자가품질검사제 운영 보완에 적극 나섰다면 동서식품의 경우처럼 보건당국의 제재 없이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활용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자가품질검사제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품질검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부터 검사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가 부실해 부적합 결과가 나와도 신고만 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때문에 당해 연도 이후 식약처에 보고된 부적합 결과 사례는 '0'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식약처는 공익 제보를 계기로 드러난 동서식품 대장균 파동 관련,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제'를 적극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제의 사후관리 부실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자가품질검사 기록관리시스템을 도입 및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미보고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규모 업체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데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연말까지 도입할 방침이다.

처벌과 관련해서는 부적합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 현행 과태료 300만원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 기준도 신설하기로 했다.

부적합 제품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 경우는 현행 시정명령에서 품목제조정지 1개월로 강화한다.

또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 제품을 회수하지 않을 시에는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러한 처벌 조항은 법 개정 사항으로 늦어도 내년 2월 임시 국회에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개선방안이 허울 좋은 공언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자가품질검사제 등 제도 허점을 통해 발생한 유사사례를 방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동서식품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더욱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 3사는 동서식품의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17일부터 문제가 된 해당 제품 외에도 동서식품의 25개 전 시리얼 제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 조치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대장균군이 검출된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오레오 오즈 등 4종류 시리얼만 판매를 금했다.

동서식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일어나자 여론을 의식한 대형마트가 재빠른 회수 처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3일 동서식품이 충북 진천공장에서 시리얼 제품에서 대장균군을 확인하고도 폐기하지 않고 이를 다른 제품들과 섞어 완제품을 생산한 정황이 포착하고,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등 4개 품목에 대해 유통·판매를 금지했다.

당일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도 같은 날 충북 진천에 있는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16일 동서식품 본사와 연구소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동서식품은 처음에는 "문제 없다"고 일축했으나 비난이 쇄도하자 식약처 발표 나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

지난 17일 동서식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아몬드 후레이크 등 4개 품목의 특정 유통기한 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되지 않도록 즉시 조취를 취했다"며 "고객 여러분들께 우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게재했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의 대장균 사건은 식약처가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괘씸죄까지 더해져 불매운동 여론 확산에 대한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