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구직 포기한 20대 청년 역대급... “일할 생각 없어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어

2024-08-25     김지영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15~29세)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75%는 일하기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 늘어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청년층 인구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 늘면서 그 비중 또한 역대 최고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1000명으로 줄더니, 지난해(40만2000명)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청년층 쉬었음 수가 많아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000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적었고, 30대도 28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50대는 39만4000명을 기록했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 또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쉬었음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으로 7월 기준 가장 많았다. 이 비중은 2019년 4.1%에서 팬데믹으로 2020년 5.0%로 늘었다가 2022년 4.2%까지 줄었으나, 작년(4.8%)부터 늘더니 올해 다시 5%대로 진입했다.

“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 지친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박모(26)양은 “출판업에 종사하고 싶어 필요한 수업을 듣고 경력 쌓기에 힘쓰고 있다”라며 “그러나 생각보다 신입사원을 뽑는 출판사가 많지 않아 1년째 취준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곳만 고르지 말고 일단 들어갈 수 있는 곳에 가서 일을 시작하라고 말하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택받기 위해 지금까지도 스터디 그룹을 짜서 공부하고 한 달에 4권씩 책을 읽는 등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다른 취준생인 김모(27)씨는 “처음 직장을 구할 때는 기업의 규모, 임금 수준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더 나은 곳을 찾으려고 했다”라며 “그러다 보니 아직 취직하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지금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기엔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아까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취직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 지친다”라며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 중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000명에 달했다. 75.6%가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취업을 원했던 쉬었음 청년 가운데 42.9%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를 꼽았다.

이어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18.7%),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13.4%),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11.1%) 순이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전망총괄은 “(쉬었음 가운데) 정말 쉬는 사람도, 구직을 단념한 이도 있을 수 있다”며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쉽게 가질 수 없는 고용 여건이라고 생각하면 구직활동을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진 청년들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맞춤 대책이 필요해 

대학 졸업생 장모 씨는 2년 반 동안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장씨는 이제 간간히 아르바이트만 할 뿐 취업은 단념했다. 그는 “쓰리아웃이라고 세 번 정도 지원했다가 안 되면 서류부터 안 된다”라며 “그걸 직접 겪다 보니까 포기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일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 니트족이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구직포기자 중 대졸 이상의 비율이 16%에서 25%로 늘어났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비율도 급격히 늘었다. 반복된 실패로 취업할 의지마저 사라진 청년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맞춤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취준생 장모(25)씨는 “일할 자리가 있어야 취직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많지 않고, 뽑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소수이다 보니 내가 뽑힐 확률이 낮아 한숨만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의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정부에서도 취업하고자 하는 20~30대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