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트렌드] “불닭이 뭐길래…” 글로벌 사회가 난리 난 이유

2024-07-02     최기훈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불닭볶음면의

전세계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흠뻑 빠졌다. 최근엔 덴마크 정부가 불닭볶음면 제품 3종에 대한 리콜을 발표한 후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덴마크 수의학·식품청(DVFA)은 지난 11일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3×스파이시 등 3종의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며, 현지 시장에서 회수하도록 명령했는데, 이튿날 전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의 구글 검색량이 최고치를 찍었다. 리콜 사태가 오히려 제품에 대한 광고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불닭볶음면 리콜 조치 여부를 두고 조사를 벌였는데, 뉴질랜드 정부는 회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불닭볶음면 리콜 조치를 둘러싼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대체 이 제품이 얼마나 맵길래 나라에서도 난리를 치냐는 거다. 실제로 덴마크의 리콜 조치 후 오히려 불닭볶음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커졌다.

영국 BBC 방송과 미국 AP통신, 프랑스 AFP통신 등 유력 외신이 이 사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호주 ABC 방송은 자사 기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직접 맛보는 먹방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청양고추만큼 매운맛에 세계인의 입맛이 매료됐다. 삼양식품이 국내 라면업계 시총 1위 자리를 꿰찬 것도 불닭볶음면 덕분이었다. 수십년간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제쳤다.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은 1분기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5% 증가했다.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한 2889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을 한참 앞서는 수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불닭볶음면만 세계인의 입맛을 독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찐만두(bibigo steamed dumplings)가 최근 지미 키멜 라이브의 제품 홍보 코너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 지미 키멜의 조수인 기예르모 로드리게즈가 만두를 먹는 모습이 익살스러운 콩트 형식으로 연출됐다. 방송 후 올라온 유튜브 영상에는 “비비고 만두를 정말 좋아한다” 등의 시청자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비비고는 미국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의 대표주자다. 지난 1분기 비비고는 미국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얇은 피, 채소가 풍부한 소를 강조해 ‘건강식’으로 차별화했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재료로 속을 채운 ‘치킨&고수 만두’ 등으로 현지화하기도 했다.

불닭과 비비고를 앞세운 삼양식품과 CJ제일제당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주가가 185.29%나 폭증했고, CJ제일제당 주가도 19.35%나 늘었다(6월 28일 종가 기준). 앞으로도 국내 식품기업의 실적과 주가를 좌우하는 건 해외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K-푸드가 미국·유럽 등에서 “맵고 짜다”며 기피 대상이지만, 지금은 그 대접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외 한식당도 중식당이나 일식당 못지않게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삼양식품

미국 식음료 컨설팅사인 에이에프앤드코는 ‘2024년 식음료 트렌드’ 10개를 언급하며 한식을 가장 먼저 꼽기도 했다. 한국식 치킨의 유명세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을 뜻하는 약자 KFC의 뜻까지 바꿔버렸다. 바로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를 봐도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K콘텐트의 인기와 잠재력을 알 수 있는 브랜드파워 지수(Brand Power Index)는 58.8점인데, 그중에서 음식이 66점으로 뷰티(62.3점), K팝(61.7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런 K푸드의 인기 비결은 K컬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넷플릭스 등 OTT로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K푸드의 노출도 늘어났다는 거다.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 열풍을 시작으로 콘텐츠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젊은 세대 중심의 온라인 문화가 결합하면서 더 큰 인기로 연결되고 있다. 가령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시청하는 ‘먹방’은 국내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문화다.

K푸드만의 매력도 상당하다. 라면, 떡볶이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의 특징을 보면 모두 캐주얼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다. 이동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간편하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심으로 K푸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품기업은 전형적인 내수업종이었는데 지금은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면서 “음식과 관련한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많은 만큼 해외에서 당분간 이런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