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IFE] 전세→월세 전환 증가…1인가구 64% 전·월세 거주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산하 기자)
주택 매매시장이 오랫동안 위축되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매월 월세를 내는 '보증부월세'는 지난 2013년 이후 임대차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보증부월세 비중은 54.4%에 달한다.
특히 서울에 사는 '1인가구'의 64%는 전·월세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임차인, 전세→월세 선호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감소한 반면 보증부월세가 빠르게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사기 기승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차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고, 일부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8%대까지 급등하면서 월세 수요가 급증했다.
전세 사기는 물론 깡통 전세(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거나 근접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빌라,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전세시장 불안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자 일각에선 전세제도에 대한 폐지론까지 나온다. 전세 사기 피해가 이슈화된 데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주거 특성으로 볼 때 전세가 일순간에 사라지기 보다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임차가구 비중 54%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은 임대주택의 전월세다. 20~30대 상당수는 보증부월세로 거주 중이다.
국내 임차 가구 비중은 서울이 54%로 가장 높다. 이어 대전(45%), 세종(43%), 경기(41%) 순이다.
임차 가구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대전과 세종의 경우 정부 청사 이전에 따른 거주지 이동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낮은 연령대일수록 전월세로 거주하고, 20대는 상당수가 보증부월세를 이용 중이다. 20대의 67%가 보증부월세로 살고 있다. 전세는 18%에 머물렀다. 반면 30대는 67%가 임차로 거주 중이며 보증부월세(33%), 전세(32%)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30대의 전월세 비중이 80~94%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이 가운데 보증부월세 비중은 20대와 30대가 각각 70%, 39%로 나타났다.
◆ 1인가구 64% 전월세 거주
가구원 수로 살펴보면 1인가구는 주로 전월세에 거주(64%)하는 반면, 2인 이상 가구는 자가 거주비율이 70%대였다.
임차 거주 가구 가운데 1인가구는 보증부월세가 68%를 차지했다. 2인가구는 전세와 보증부월세가 각각 51%, 48%였다. 3인 이상 가구는 전세 비중이 6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은 연령과 가구원 수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30~40대 및 2인 이상 가구는 아파트에 주로 살고 있고, 20대 및 1인가구는 빌라 등 비아파트에 주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 가구 가운데 20대는 85%, 1인가구는 77%가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았다.
◆ 30~40대 반전세 전환 증가
30~40대의 경우 집을 사기 전에 상당수가 전세로 거주하고 있어 전세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한 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30~40대의 50~63%는 전세로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값이 크게 오르고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세자금 대출이자 부담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화하는 '반전세'가 늘어나고 있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년치를 초과하는 경우다. 보증금 규모가 큰 아파트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 월세 전환 지속 전망
수도권 빌라시장을 중심으로 보증금 보호를 위해 월세 전환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는 보유세 부담이 크고 이자 수익이 낮아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위험으로 세입자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시장에선 빌라, 다가구 등 비아파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보증금이 비싼 중대형 아파트는 월세 전환에 한계가 있어 전세가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 손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월세 전환이 확대될 경우 임차료 부담이 향후 주택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한 주거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