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반발’에도 '농협법' 개정안
농협, NH금융지주-NH경제지주로 재편…농민단체-민노당 “개악”
한미 FTA 등 개방을 전제로 한 통상정책을 추진해 농민들의 공분을 샀던 MB정부가 또다시 농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농축산물 유통 등)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YS정권 당시인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됐다가 수포로 돌아갔던 농협법이 50여년 만에 대변화를 맞게 됐다.
이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1중앙회-2지주회사’로의 개편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신용사업은 NH금융지주회사로 변모, 산하에 농협은행·농협생명손해보험·투자증권 등을 두게 된다. 200조원대의 자산을 가진 초대형 금융지주의 탄생을 앞둔 셈이다.
NH경제지주의 경우 그간 소홀했다고 비판을 받아온 농축산물에 대한 가공, 유통, 판매 등을 독립된 자본과 조직으로 운용, 새로운 경제사업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안이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농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민주노동당도 연대 투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와 농민단체 관계자는 이날 오후 농협법 통과 직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농협법 개정안을 개악으로 규정했다.
앞서 이날 오전 농협 및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국회 농림식품수산위원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집단 행동을 개시했다.
특히 강 전 대표와 농민단체는 한나라당과 공조하며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을 맹비난, 향후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3월 임시국회에서의 의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사안의 민감함을 감안한 탓인지,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이광석 의장)은 성명서를 내고 “이명박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개혁에 대한 농민의 염원과 요구는 무시한 채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대형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개악 안”이라며 “농협법 통과 시 농협은 더 이상 협동조합이 아닌 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주식회사가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350만 농민들은 농협이 올바른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본의 이윤추구가 아닌 경제사업의 활성화라는 충실한 기본을 요구해 왔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개악 안은 경제사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