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韓 청소년 ‘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권…아동학대·비만율 급증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성적이 떨어졌을 때 죽음에 대해 생각”

2023-06-20     김지영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우리나라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걱정·근심 등이 어른들이 느끼는 것엥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비 2020년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역시 67%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인 자살률의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만 12~14세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5.0명으로 급증하는 등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가, 쉼, 놀이시간 부족은 아동의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 외로움 등은 아동·청소년의 정신(마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및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지나친 사교육, 학습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계속 줄어들고 어린이 우울증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크게 해본 적이 없다”

통계청.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 내용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아동·청소년(9~18세)의 삶의 만족도는 2017년 6.99점에서 2020년 6.80점으로 감소했고, ‘어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묻는 긍정정서는 같은 기간 7.29점에서 7.19점으로 하락했다.

반면 걱정과 근심, 우울감과 같은 부정정서는 2017년 2.67점에서 2020년 2.94점으로 증가했다. 중학생 공모(25)군은 “중학생이 된 후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크게 해본 적이 없다”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학원에 과외까지 받으며 하루하루를 꼬박 공부하는 것에 쓰다 보니 늘 지루하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김모(18)양은 “여가 활동을 하며 쉬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며 “사교육, 학습 경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주말에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엄마가 늘 잔소리하셔서 요즘은 아예 그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12~14세의 자살률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급증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낮았다. OECD에 따르면 만 15세 기준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로 네덜란드(90%), 멕시코(85%), 핀란드(82%) 등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 하락은 자살률을 통해서도 직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아동·청소년(0~17세)의 사망원인 1위인 자살률은 지난해 10만명당 2.7명으로 조사돼 2020년 대비 0.2명 증가했다. 자살률은 2015년 1.4명을 기록한 뒤 2016년 1.5명, 2017년 1.6명, 2018년 2.1명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중학생 나이에 해당하는 12~14세의 자살률이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15~17세의 경우 같은 기간 9.9명에서 9.5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중학생 이모(14)군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해 학교가 끝나면 오랫동안 하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 마찰이 생겨 관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부모님과 싸우다 보니 ‘혼자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내가 없어지면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자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자살 생각 비율과 자살 시도율↑

[자료=굿네이버스]

중·고등학생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 역시 2020년 10.9%에서 지난해 12.7%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자살 생각 비율과 자살 시도율이 각각 6.6%포인트, 1.4%포인트 높았다.

중학생 나모(16)양은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성적이 떨어졌을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라며 “사춘기라 그런지 한마디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면서 ‘차라리 죽고 싶다’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사실 종종한다”고 덧붙였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실증적인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중학생 연령대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신체 발육이 빨라져 청소년기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성적이나 계층이 조기에 결정된다는 사회적 압력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집에서 겪는 갈등이 학교에서 완화되는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또래 아이들과 놀기 힘들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 감소한 반면 사교육 참여율은 증가 추세

코로나19로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 피해도 급증했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0년 10만명당 401.6명에서 지난해 502.2명으로 증가했다. 또래폭력 피해 경험률은 2018년 8.5%에서 2020년 5.9%로 감소했는데, 사이버상 따돌림·괴롭힘은 같은 기간 0.9%에서 1.1%로 오히려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아동·청소년의 영양 상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의 비만율도 2019년 15.1%에서 지난해 19.0%로 2년 동안 3.9%포인트 늘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감소한 반면 사교육 참여율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학습시간은 2014년 각각 7시간16분, 8시간28분으로 조사됐는데 2019년에는 7시간10분, 8시간2분으로 줄었다. 하지만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2020년 67.1%에서 지난해 75.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