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청소년 부모 일자리 없어서 힘들어…10명 중 8명 ‘양육비 부담’
“아이 낳은 건 축복이지만 정부 보조금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생활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요즘 MBN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고당엄빠’는 일반인 고등학생들의 임신, 출산, 육아 등을 다루고 있다. 고딩엄빠라고 하지만 고3에 임신해서 20세에 출산한 엄마들도 포함한다. 즉 10대에 출산한 부모 얘기로 아빠가 없거나 이혼한 가정도 있고, 10대에 아빠가 된 예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10대에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 수 있나’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새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어렵게 아이를 낳은 친구들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고, 무책임하게 아이만 낳으면 그 뒤는 어떻게 생활하며 키울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소년 부모 “아이는 낳았는데 일자리가 없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만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 10명 중 4명은 일자리가 없는 상태로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부모 대다수는 양육비 부담을 느끼면서도 역설적으로 자녀를 돌봐야 해서 일터에 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부모 모두 만 24세 이하인 청소년 부모 402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20만원씩 6개월간 아동양육비를 시범 지급한 저소득 청소년부모에게 자녀돌봄, 사회적 지지망 및 생활시간, 학업 및 진로 등 11개 분야에 대한 답변이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청소년부모 402명의 평균연령은 22.5세, 응답자의 임신 당시 나이는 평균 21.2세였다. 첫 출산 당시 연령이 미성년인 경우도 14.1%로 적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취업률 제고 정책이 필요해
현재 만 20세 이하인 청소년 부모 비율은 8.3%로 집계됐다. 이들의 자녀 수는 평균 1.4명, 자녀 평균 나이는 1.8세였다. 청소년 부모의 취업률은 57.8%로 10명 중 4명(42.2%)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5~2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인 29.6%보다는 높게 조사됐지만,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는 청소년 부모의 경우 그렇지 않은 동년배 대비 경제활동이 필수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취업률 제고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부 정모(23)씨는 지난해 아이를 출산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남자친구와 연애하다가 아이가 생겨 지난해 출산했다”라며 “계획하지 않은 일이라 당황했지만,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육아하느라 몸이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남편은 대학 졸업을 위해 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정부 보조금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명 중 8명(79.7%)은 ‘자녀 양육비 부담이 크다’라고 답해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제고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돌봄 지원’이다. 실제 미취업 상태인 청소년 부모에게 물었더니 일하지 못하는 이유로 ‘육아 때문’(77.8%)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재 청소년 부모의 근로형태는 비정규직(54.7%)이 정규직(34.4%)보다 많고, 월평균 소득은 296만 원으로 전체가구 평균 소득 435.8만원의 68% 수준이다. 이들 10명 중 8명(79.7%)은 ‘자녀 양육비 부담이 크다’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24살 최모씨는 현재 배달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집안 환경이 불우해 고등학생 때부터 밖에서 일하며 혼자 살다가 아내를 만났다”며 “아내 역시 나와 비슷한 환경으로 힘들어해 내가 보호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살, 1살 아이들을 두고 있는데 아내는 육아를 담당하고 내가 배달일을 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며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수입이 일정치가 않아 부족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자녀 돌봄이 직업교육을 받을 때 가장 큰 장애요인”
직장인 박모(25)씨는 “동생이 21살 어린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됐는데 아이 아빠 역시 22살로 어려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라며 “동생에게 아이를 키우려면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하니 기술이라도 배워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배우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하니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부모 10명 중 1명(11%)은 직업교육을 경험했지만, 당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이를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음’(44.9%)을 들었다. 직업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 역시 ‘자녀 돌봄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움’(43.4%)을 가장 큰 이유로 짚었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자녀 돌봄이 직업교육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