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맨의 카 라이프] 조용하고 착하게 달리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2020-08-21     이병진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SUV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진부한 시대가 됐다. 일상은 퍽퍽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로 더 이상 평범한 일상도 평범하지 않게 됐다. 자유와 자연을 찾아 떠나고픈 현대인들은 크고 높은 차 위에 올라앉아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꿈을 꾼다. 비록 건물 숲속 회사와 백화점으로 향하더라도 SUV 위에서 오프로드와 자연으로 향하는 감성과 기분을 만끽하길 원한다. 덕분에 대세는 세단에서 SUV로 넘어왔다. 

파워트레인 변화의 속도 또한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온은 더 이상 환경론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가 상승한 지금, 지구는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게릴라성 폭우 같은 장마가 며칠째 이어지다 아프리카보다 더운 폭염이 지속된다. 인류가 지금처럼 딱 7년만 지구를 더 아프게 하면 평균 온도는 1.5도로 상승하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으로 빠져 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단출하고 스마트한 일상을 추구하고 혼자 또는 둘의 오붓한 인생을 즐기는 혼족들에게도 불안정한 미래 환경은 제법 심각하고 머리 아픈 문제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전동화를 통한 친환경차로의 변화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내연 기관 엔진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해 배기가스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거나 아예 엔진을 덜어내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기아차 또한 제법 인정할 만한 기술로 친환경차를 만들고 있다. 그중 가장 최신의 뜨거운 모델이 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다. 사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 2월 출시했다 최근까지 보류됐던 비운의 차다. 산업자원부가 인정하는 친환경차 기준에 들지 못해 구입 시 취등록세와 교육세,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사전 계약은 물론 출고도 일시 중단했었다. 

몇 달의 숙성 기간을 거쳐 돌아온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결국 산자부에게는 친환경차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구입 시 혜택은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공영주차장과 14개 공항 주차장, 혼잡통행료 면제 같은 저공해차 혜택은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인기는 뜨겁다. 국산 중형 SUV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쏘렌토가 유일하다. 게다가 디자인과 상품성, 패키징과 공간 활용성 등 만듦새가 훌륭하다. 거기에 2.2 디젤 엔진 모델보다 연비도 좋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부드럽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들이 모여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인기에 힘을 더한다. 

4세대로 진화한 신형 쏘렌토는 2.2리터 디젤 엔진 모델만 출시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2.2 디젤 쏘렌토와 겉모습에서의 차이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도 좋을 만큼 적다. 휠 크기와 디자인, 해치 구석에 붙은 에코 하이브리드 벳지 정도다. 하지만 주행 느낌은 완벽히 다르다. 1.6 터보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했다. 6단 자동 변속기와 호흡 맞춰 시종일관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큰 힘이 필요 없는 주행 상황과 저속 구간에서 순수 전기차 같은 EV 모드로 움직일 때는 전기차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네 바퀴 굴림에 19인치 휠을 신은 시그니처 트림의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표준 연비는 13.2km/l. 약 350km를 달린 후 트립 컴퓨터로 확인한 연비는 13.9km/l. 하이브리드 연비 치고 아쉽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시승 주행은 부드럽고 일반적인 주행과 많이 다르다. 이러저러한 항목들을 체크하고 확인하기 위해 연비와 동떨어진 운전과 주행 패턴을 반복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차들은 메이커가 말하는 표준 연비와 동떨어진 안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모델은 표준 연비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보통의 일상 주행을 한다면 적어도 17km/l 이상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0마력과 27.0kg.m를 내는 1.6 터보 가솔린 엔진에 최고출력 44.2kW를 내는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다. 그래서 만드는 시스템 출력은 최고 출력 230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 

네 바퀴 굴림 장치를 품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들어온다.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전원을 켜는 개념이다. 배터리 잔량에 따라 다르지만 출발 후 제법 긴 구간을 전기모터로만 달렸다. 그러다 주행 상황과 배터리 잔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엔진이 개입한다.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면 크게 느끼는 불편함 두 가지. 엔진 개입 시 거칠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질감, 회생제동 장치 개입 탓에 어색하고 이상한 제동 느낌이다. 우선 엔진이 돌면서 파워 트레인에 힘을 보탤 때의 투닥거리거나 울컥거리는 등의 불편한 느낌이 거의 없다. 전기차 주행 중 엔진이 힘을 돕는 시점은 물론 엔진이 폭발하며 내는 진동과 소음도 잘 억제돼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늘 조용하고 안락하다. 

그렇다면 제동 느낌은? 100% 내연기관 엔진 차의 제동 느낌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회생제동 장치가 제동에 살짝 힘을 보태며 약간 더 적극적으로 차를 세운다. 하지만 예민하거나 경험 많은 운전자가 아니라면 느끼기 힘들 만큼 자연스러우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핸들링은 적당히 부드럽고 팽팽하고 무난하다. 누가 잡아도 운전이 쉽고 적당히 만족할 만하다. 승차감은 좀 단단하다. 2.2 디젤보다 약간 더 무거워지기도 했고 배터리가 차체 가운데 놓여 내리누르며 달린다. 때문에 좀 더 단단하게 통통거린다. 매끈한 길을 달리면 전혀 문제없지만, 거칠고 지저분한 도로나 과속 방지턱을 좀 빠르게 넘으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제법 탄탄한 하체로 운전이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성격은 분명하다. 조용하고 부드럽다. 효율성이 좋다. 특히 가고 서길 반복하고 짧은 거리를 자주 달리는 상황에서 더 그렇다. 반면 주행거리가 길고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하는 운전이 많다면 2.2 디젤을 고르는 게 좋다. 하이브리드는 복잡다단한 도심에서 효율성이 빛을 발하니까. 

전동화가 대세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에 파워트레인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아차가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통해 중형 SUV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했다. 제법 흥미롭고 유쾌하고 안락하게 운전을 즐긴다. 그러면서 환경도 챙기고 지갑도 챙긴다. 전기차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 여전히 탄탄한 징검다리로 활약 중인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의 괜찮은 활용이고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