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1미드POINT] 똑똑한 '혼삶'을 향한 긴급 처방전 : 부작용 하나 없는 알약과 '미드' 하나

매주 '중간 시점', 혼자만 봐도 좋은 '집콕' 정주행용 '미드(미국 드라마)' 하나씩을 업뎃하는 코너. 갑작스레 나도 천재가 될 수 있다면? 멋진 제 활약에 도취된(?) 주인공을 통해, 자신만의 혼삶도 되돌아 보기 좋은, 드라마 '리미트리스'를 소개합니다.

2020-06-18     양태진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로또의 당첨이나, 카지노에서 돈을 따냄으로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상황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계좌 속 늘어난 숫자의 확인 정도에서, 넘쳐나는 돈을 써 댈 곳도 대략 한정되어 있다보니, 뭘 해도 그 쓰임새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

하지만, 로또의 당첨번호를 근사치까지 미리 알아내는 것이라면? 이제껏 당첨된 번호 및 장소의 확률을 큰 어려움없이 분석해 낸다거나, 그 랜덤의 확률 또한 미리 파악해내는 일이라든지,

 

카지노에서의 카드나 그 밖의 확률 게임 변수 모두를 읽어내는 등, 과학적 논리가 뒤엉킨 여러가지 두뇌 활동 관련한 일련의 상황들은, 사실상 그 자체로 상상 조차 불허한 것이다.

이에 그러한 접근 불가의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그림 하나로 단숨에 그려낸 드라마가 있었으니, 제목도 한계가 '없다'는 뜻의 '- less'가 따라붙은 '무한도전' 할 때와 엇비슷한 그 '무한'이다. 

 

 

<리미트리스(LIMITLESS)>

 

한계가 보이지 않는(?) 타이틀로 무장한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멋진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모든 스토리가 고난과 갈등이라는 벽을 세워둠으로서, 저 너머의 결말이라는, '해소(解消)'의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주의력' 포섭 작업을 감행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처음부터 대놓고, ('클리셰'*섞인) 한계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빠른 스토리 전개 내지는, 시간의 선후 배치를 감각적으로 시도한 다소 놀라운 오프닝의 시도 정도로 유추해 볼 만 하겠으나, 그 나름의 호흡을 조금만 따라가다 보면, 왜 그런 편집이 감행되었는지, 또 다른 이유를 금세 알아 차릴 수 있다.

 
* 클리셰(cliche) : 진부한 표현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활자를 고정시키는 연판에서 비롯, 의례적 문구나 기법 등, 현대 이후엔, 영화 또는 드라마 속 진부한 장면이나, 전형적 수사법 내지는 표현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활용되고 있다.

 

 

주인공으로부터 발현되는 엄청난 뇌과학적 능력치로 하여금, 향후 펼쳐낼 얼개 속 이야깃거리가 차고 넘치기 때문. (이에 크고 작은 뭐 하나라도 제일 앞에 내세우지 않고는 못 배겼던 것 아닐지.)

이후부턴 살짝 늦춰지는 속도감이 그래도 흥미로운 소재 자체의 명징(明澄)함으로 그나마 몇가지 극적인 상황들과 만나면서, 계속 이어질 에피소드들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한 두뇌 하나만으로 겹겹이 쌓여가는 FBI식 사건 해결 - 기존의 형사물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 및 그 외의 상황들을 대처함에는 다소 억지스럽거나, 진부한 패턴이 드라마식 맹점으로 엿보이기도 하는데, 전반을 관통하는 메인스토리의 유지나 평범했던 주인공이 나름의 특별한 상황에서 내보이는 유머러스한 존재감 만큼은 이를 부분적으로나마 상쇄시켜 주고 있다.

 

주인공 '브라이언 핀치(Brian Finch)'는 작은 클럽에서 연주하는 뮤지션으로, 그가 유일하게 바라보고 사는 세상은 꽉 막힌 도심가의 하늘일 뿐, 부모님의 작은(?) 소망도, 가족에 보탬이 될 착실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질 조짐 없는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같이 날아든 일명, 'NZT'라는 알약 하나. 이를 물도 없이 목으로 삼키고 난 이후의 '브라이언'은 자신의 뇌 활용을 극대치로 끌어올리며, 모든 오감과 기억, 그 밖의 뇌신경으로 작용될 수 있는 모든 능력치를 하나로 모아 뜻하지 않은 상황들을 스스럼없이 타개해 나간다.

 

이 스스럼없다는 지점이 극 전반의 호감도를 살려놓는 매력 포인트. '두뇌 풀가동'이라는 소재 자체의 호감도를 넘어, 알약이 작동한 주인공은 마치 이 세상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한 시선과 행동들로, 모든 일은 그저 하나의 예견 대상이었다는 마냥, 손쉬운 일처리를 통해 주변인 모두를 감격시켜버리는 것이다.

이에, 스쳐간 모든 기억을 원하는 대로 꺼내 쓰거나, 새로운 언어를 비롯한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습득함은 물론, 스스로의 오감에 담아내는 경험치 모두는 나름의 섬세한 표현 방식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 똑똑하고 스마트해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아주 조금은 따라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친절한 나래이션까지 곁들여 안내해주고 있다.

 

실제로 뇌가 100% 풀가동 될 때, 인간의 몸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이루어졌을 법도 하지만, - 인간의 뇌는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인 신비의 소우주로도 지칭된다 - 현실 적용 사례는 논의 조차 되지 않았을 성 싶은 만큼, 이 현실감 있으면서도 미지의 영역으로 입증된 소재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수 년 전, 프랑스의 유명 감독 '뤽 베송'의 영화 <루시>가 인간 뇌를 최대한 운용시킨다면, 어떤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으로, 한 여 주인공(스칼렛 요한슨 역)의 활약상을 통해 입증시켜 낸 바 있다.

하지만, 100% 활용된 뇌는 결국 자신의 몸 자체를 상상이상의 모습으로까지 바꾸놓을 수 있다는, 현 드라마와는 접근의 강도가 훨씬 다른, 뭔가 더 앞서 나아간 것으로도 판단되기에, 영화 <루시>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길.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리미트리스>와도 한 번 비교해 보길 권한다.

 

사실, 드라마 <리미트리스>는 2011년도에 개봉한 동명 영화의 후속작으로, 시퀄(Sequel) 개념의 스토리라인 속, 이전 영화의 캐릭터와 상황들이 곳곳에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를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는 첫 상황이 바로, 영화 속 주인공, 'Eddie Morra(브래들리 쿠퍼 역)'가 똑같은 이름과 역할 - 영화상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다양한 직업을 거쳐 정치인 - 로 등장하는 씬인데, 이 극적인 상황을 제대로 만끽해보고 싶다면, 영화 <리미트리스>를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영화의 전개가 이번 드라마 보다 리얼하고도 풍부한 설득력을 동반하는 가운데, 알약을 통한 몸의 반응과 그 활약상에 더욱 집중화된 만큼, 몰입감 또한 몇 배로 느낄 수 있음에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메인 스토리라인과 주인공 '브래들리'의 역할 - 약을 제공해주는 FBI측과 비밀리에 부작용 관련 면역 주사를 제공해 주는 '모라' 측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는 상황에서 주어진 사건까지 해결해야 하는 삼각 축 - 은 기존 영화의 포지셔닝을 넘어서는 것이니 만큼, 영화 보다 다소 폭넓은 알약의 활용도로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함에 절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 상, 알약의 문제점으로 유일하게 지적되는 복용 후 부작용은, 이에 거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일한 방법을 에피소드 초반에 등장시키는데, 이는 드라마를 통해 직접 확인 해도 좋을 듯 싶다.

약 기운이란 것이 또 영원히 지속될 리 만무한 것이니만큼, 어쩌다 그런 주인공이 씬을 맞이할 때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 극중 긴장감 또한 상당 부분 떨어지기도 한다는 점은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주인공, '브라이언' 역을 맡은 배우 '제이크 맥도먼 (Jake McDorman)'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이전 브루스 윌리스의 시리즈 영화 중 하나인 2007년 개봉 작품, <다이하드 4 (Live Free or Die Hard)>에서 'Jim' 역할로 분한 바 있으며, 2014년도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Biggles'역을 맡아 열연했었다.

 

당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연이 '브래들리 쿠퍼'였던 만큼, 그가 드라마 <리미트리스>의 조연('에디 모라' 역)으로나, 에피소드 19회를 비롯한 제작 전반에도 가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주연 배우 '제이크'의 캐스팅에 어느 정도 그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인 추측 또한 가능해 보인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드라마 속 '브라이언'은 그 알약이 가진 한계를 벗어난 유일한 인물로 인정받으며, FBI로부터 비공식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드라마는 본격적인 자신만의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바로, FBI가 맡는 사건마다 초천재 '브라이언'이 나서 활약함으로 그만의 능력을 재입증 시키는 것. 돈이 필요한 경우엔, 최고급 두뇌를 풀가동해 카지노에 들러 돈을 따낸다거나, 여기저기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두뇌를 산발적으로 운용, 때마다 FBI 요원의 경계와 감탄을 반복시키는데, 때론 그들에 공감되다가도, 능력 재차 확인시켜주는 경우에도 같은 반응을 보일라치면, 그들이 심지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한다.

 

이러한 과정은 소싯적 TV 인기드라마, <맥가이버>를 살짝 떠올려보게도 하는데, <리미트리스>의 능력 활용 범위가 훨씬 더 넓어 보이는 이상, 이를 포함한 주인공 '브라이언' 의 은은한 유머감과 더불어, 전용 사무실 및 그밖의 사건 선택권 쟁취 등을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그 나름의 소소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은 분명 이 드라마의 차별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들 '브라이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그 아버지의 모습이나, 파트너 '레베카'가 과거의 아버지와 어렵사리 소통(?)하면서 애틋한 부성애를 나름의 중요한 관점으로 표출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해당 에피소드 작가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뭔가 다양한 감정들을 소유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총 17명의 연출진들이 각 에피소드를 맡아 진행 했다는 것인데, 작가들 또한 총 13명이 각본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대 지명수배자를 누구보다도 쉬이 잡아 온다거나, 온갖 뛰어난 역량을 가진 용의자들, 특히 NZT를 똑같이 복용하는 이들의 등장부터, 유명 프로파일러와의 두뇌대결,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 5명의 '생각 파일' 훔친 도둑을 쫓는 일, 징기스칸 후손들의 유전자만 공격한다는 살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나, 저질 NZT의 확산으로 이에 대응하는 활약 등은, 군데군데 다소 억지스런 설정을 숨겨놓고 있긴 하지만, 질 좋은 소재를 따라잡기 위한 각 에피소드 별 참신한 노력들은, 총 22회에 걸친 시즌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럼 이제, 알약(NZT)의 부작용에 대한 면역 주사의 제조법이나, 결국 부작용에 견디지 못하게 된 주인공이 계속 알약을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전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결정적 용의자를 잡아내고, 그 사랑하는 누군가를 구할 수 있게 될 지, 이전 오리지널 영화에서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던 이 다양한 상황들에 조금은 여유로운 시선으로 맘껏(?) 몰입해 보자.

 

※미드 POINT : 초인적인 두뇌 활성화가 가능한 알약으로 인해 보다 나은 자신감을 되찾은 주인공이 FBI요원을 넘어서는 뛰어난 맹활약으로, 평범한 일상이 단번에 뒤집히고도 남을, 짧고도 긴 모험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다만, 주인공의 활약 수준이 회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낮아진다는, 생생함으로 다가오던 알약 한 알로서의 능력치가 급반감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 곳곳의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는 나름의 독창적인 CG와 편집, 해피엔딩으로 치달아가던 찰라의 놀라운(?) 반전 등은 드라마 정주행의 경우 괜찮은 재미를 선사할 것.

 

 

결국, 약으로서만 발휘되는 능력의 한계치가 제목의 한계없음과 아이러니하게 상충되는 가운데, - 가끔은 약 없이도 살짝 능력이 엿보여지기도 함 - 인간이 가진 한계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라는 주인공 '브라이언'을 향한 파트너 '레베카'의 의미심장한 대사는 극 전체를 아우는 'Mid-point'라 할 수 있겠다.

 

"You're more mature, emotionally and morally than just about anyone I know. You're a hero, on or off the pill. You.."

"당신은 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에요. 약을 먹든 안 먹든 영웅이라고요. 당신 자체로요.."

 

 

집요한 누군가가 되물을 수도 있을 뇌과학적인 상세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두뇌 전체가 온전히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만으로의 수준을 넘어, 그 쓰임새가 드라마적 대치 상황과 절묘하게 만나 이를 긍정의 마인드로 해결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린 평소 꿈꿨던 '초천재'로서의 존재감 만큼은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오늘밤은 굳이 꿈꾸지 않아도 될,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은 어제에 놔둔 채로,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 충실해 보자. 보다 똑똑해져 있는 나 스스로를 상상하는 것 만큼, 더 스마트한 '혼삶'도 없을테니. 내일의 또 다른 드라마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