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 엿보기]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어”... 노년의 혼삶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공존한다

2019-11-22     이현이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오랜 세월을 살다보면 세상살이에 익숙해지거나 무뎌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것은 타인의 시선일 뿐. 노년층의 혼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간은 언제가 같게 흐르며, 그 시간을 살아가는 마음도 한결같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뤘던 경험이 있을 수 있고, 또 혹자는 한평생 혼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도 있다. 다른 인생을 살았다하더라도 그들이 살고 있는 인생의 오후는 여유를 넘어선 쓸쓸함과 고단함이 베어있다.

‘혼삶 엿보기’, 이번에는 노년층의 삶을 살고 있는 박상석(75) 씨와 강영실(72) 씨의 혼라이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혼자 생활한지는 얼마나 됐나요?

박상석: 올해로 8년 됐어요. 가정을 이뤄 남매를 두고 살다가 아내는 19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후 아이들이 결혼하면서 혼자 살고 있어요.

강영실: 저는 40년 정도 됐어요. 서른 살 쯤 결혼을 했으나, 2년 만에 사별하고 그 이후로는 혼자 지내왔어요. 자식도 없고요.

기자: 혼자 생활하기 적적할 텐데, 어떤가요?

강영실: 오랜시간 혼자 살아와서 혼자 사는게 익숙해요. 그렇다고 항상 혼자있는 건 아니니까. 등산도 하고, 지인들도 만나고, 가끔 여행도 떠나며 지내니 괜찮아요.

박상석: 자식들이 결혼해서 손자를 낳았기 때문에, 가끔 자식·손자들이 놀러올 때면 집에 활기가 넘치기는 하지만, 보통은 집에 혼자 있는데 적적함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젊은 시절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며 무릎을 다쳐서 멀리 여행을 다니거나,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살지는 못해도 동네 경로당이나 시장 등에서 동네 동년배들과 어울려 지내며 즐겁게 살려고 해요.

기자: 즐겁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생활하면서 ‘혼자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불편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하는 일들은 뭘까요?

박상석: 혼자 산 시간이 10년 가까이 되다보니, 식사도 혼자서 잘 해결하고 빨래, 청소 등 집안일도 수월하게 해내고 있어요. 혼자 살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을 굳이 찾자면, 외로움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해가 쨍하고 뜨는 날에는 그런 날대로, 흐른 날엔 또 그런 날대로, 날이 좋아서 혹은 좋지 않아서 쓸쓸함이 몰려오곤 해요. 집안에 말벗이 없다는 게 사람을 가장 외롭게 하는 것 같아요.

강영실: 아무리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왔다고 해도, 몸이 아플때는 참 난감하고 서글픔이 몰려와요. 좋을 때야 여기저기 친구들도 많지만, 몸이 아플때는 괜한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사람들과의 연락을 자제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혼자서 아픈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여간 서러운 것이 아니에요.

기자: 현재 수입은 있는지요? 생활은 어떻게 하나요?

강영실: 교육 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어서 크게 넉넉하진 않지만, 생활에 불편함은 없는 정도로 살고 있어요.

박상석: 구청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환경 미화 등의 일을 간혹하고 있어요. 그러나 일이 있을 때만 참여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받지는 못하며,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넉넉한 수입이 되지는 못해요. 거기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기초연금을 받는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살림에 보탬이 되죠.

기자: 정부 지원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박상석: 우리나라는 그래서 젊을 때 집사고 돈모으고 해야 노년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버는 돈은 교육비 등 아이들 키우는데 다 쓸 수 밖에 없으니 불쌍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요. 저 또한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 금전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적은 금액이나마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 이걸로도 충분히 고마운 마음이에요.

기자: 재혼을 고려하진 않았나요?

박상석: 아내 먼저 떠나보내고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재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아이들 시집, 장가보낸 후엔 몸도 성치 않고 생활도 빠듯해 더욱 재혼은 남의 얘기가 됐죠. 지금도 재혼보다는 같이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동네 친구 정도가 편해요.

강영실: 워낙 젊은 나이에 혼자 됐고 아이도 없었던지라 집안에서 재혼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지만, 돌아가신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이것이 내 인생이구나’하는 생각으로 살다보니 나이가 어느새 이렇게 됐네요, 재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해요. 그러나 앞으로도 재혼에 대한 생각은 없으며, 함께 등산하고 종교 활동할 수 있는 애인정도는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기자: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강영실: 봉사활동도 다니고, 등산이나 여행도 꽤나 즐기는 편이에요. 동네 이웃들과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으며 수다 떠는 시간도 많고요. 그렇게 별건 없지만 재미나게 사려고 노력해요.

박상석: 시간 날 때는 병원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타야하고. 나이 들수록 병원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요. 또 동네 노인들과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지내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자: 현재 가장 걱정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박상석: 출가한 자식들은 아이낳고 잘 살고 있으니, 내가 문제죠. ‘아파서 자식들에게 폐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해요.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죠. 자식들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면.

강영실: 나이가 있으니 여기저기 고장나서 병원가는 횟수가 늘고 있어요. 당뇨약도 계속 먹고 있고. 아무래도 건강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커요.

기자: 혼자의 삶, 좋은 점과 나쁜점은?

박성석: 혼자여서 좋은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잔소리 안듣고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사는 자유로움이 좋다면 좋지만, 가끔은 잔소리도 듣고 사람소리 나는 집이 그립기도 해요.

강영실: 거의 한평생을 혼자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좋은 점을 말하자면 먹고싶을 때 먹고, 자고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은 일 하고 하는게 좋았던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외로움은 해결하기 어렵더라고요.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과의 싸움으로 사는거 같아요.

이처럼 강영실씨와 박상석씨는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현재 혼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외로움에 사람을 그리워하며,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생활의 고단함을 느낀다. 건강에 대한 염려는 가장 큰 문제가 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현재의 삶에 충실히 살고 있다.

혼자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사람 소리가 그리운 이들, 후회도 있고 만족도 있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오늘도 즐겁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노년의 혼삶러들이다.

[사진=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