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필요 없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건망증이 심해서 외출할 때 깜빡하고 지갑을 들고 나오지 못할 때가 종종 있어요.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지갑을 챙기지 않아도 바깥에서 곤란한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20대 직장인 A씨의 말처럼, 2019년은 지갑을 딱히 들고 다니지 않아도 무리없이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미 국내에 완전히 정착된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인해 신용카드나 현금을 소지하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의 지갑은 보다 가벼워지고 있다. 최근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만 꼽을 수 있는 얇은 카드지갑이 유행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제, 지갑이 필요 없는 세상은 더욱 완전해질 전망이다.
모바일 신분증, 멀지 않은 미래에 상용된다
신분증 때문에라도 지갑은 현대인들의 필수 생활품이었으나, 신분증이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되면서 지갑의 필요성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에 따르면 위·변조나 도용 우려가 있는 플라스틱 카드 대신 디지털 형태의 신분증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쓰는 방식이 도입될 계획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디지털전환 흐름에 발맞춘 이번 계획은 2021년까지 안전성을 검증한 뒤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공무원증이나 학생증 등 이용 대상이 명확한 종류부터 시작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디지털 발급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발급이 번거로운 주민등록 등·초본 등 각종 증명서도 전자문서 형태로 스마트폰에 저장해 관공서나 은행 업무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주민등록 등·초본을 시작으로 2021년 말까지 인감증명서 등 300종을 전자증명서화 하는 것이 목표다.
실물카드 필요없이 모바일만으로… 간편결제라는 바람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한 결제 금액은 2016년(약 26조 억) 대비 3배(약 80조 원)나 성장을 이룩했으며, 특히 그중 오프라인에서의 결제 금액이 19조원을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계좌 등을 연결해 모바일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간단한 인증만으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할인 혜택 등이 간편결제 서비스의 주무기다. 금융당국은 10% 캐시백과 같은 마케팅으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퍼붓고 있는 간편결제 사업자들에 ‘여신전문업법 제19조 1항’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를 날렸다. 간편결제 시스템의 출현으로 인해 오프라인 카드 사용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보다 더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견제를 한 것이다.
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는 모바일에 특화된 기능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고객들을 완전히 사로잡은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 수를 단순 중복으로 합산했을 때 1억7천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민 1명당 간편결제 서비스를 평균 3개씩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점점 줄어드는 현금 소지율...이유는 ‘간편결제 서비스’
현대인들에게 지갑이 필요 없어지게 된 데에는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또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금 사용량이 급감하고 소지율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22일부터 12월5일까지 국민의 현금사용에 관한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보유, 취득, 지출 현황 등을 질문했다.
지난해 가계가 주머니나 지갑에 소지하고 있는 현금은 3년 전보다 33%나 감소한 평균 7만8000원선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현금 보유액이 평균 5만4000원으로 가장 적은 수준에 속했다. 현금보유 감소 사유는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의 개발(38.7%)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도난 위험 등 비용부담이 큰 이유도 24.3%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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