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국내여행] 강원도 속초편 ②
여행(旅行), 나그네여 다닐행.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당장 떠나고 싶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혼자서도 '잘' 떠나는 [나혼자국내여행] 시리즈를 시작한다.
(시사캐스트, SISACAST= 박상은 기자)
[나혼자국내여행] 강원도 속초편 ①에서 이어집니다.
속초 여행 둘째 날 아침,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동아서점'으로 향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아 택시로 기본요금이면 도착한다. 동아서점은 '문우림서림'을 비롯해 속초를 대표하는 서점이라 속초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동아서점 바로 근처에 문우림서림이 있는데 이번에는 동아서점만 방문했다. 왠지 다음 속초 여행을 위해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64년의 시간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1956년에 개점해 할아버지, 아들, 손자에 걸쳐 3대째 64년 간 운영 중인 서점이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동네서점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요즘, 이렇게 오래된 동네서점이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영업이 오전 9시부터인데 필자는 9시 15분 즈음, 그날 첫 손님으로 서점의 문을 열었다.
동아서점에 대한 첫 느낌은 '생각보다 공간이 작다'였다. 바로 다음에 드는 생각은 '볼거리가 참 많다'는 것이었다. 평일이고 영업 시작 즉후라 그런지 손님이 필자밖에 없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떠나 조용한 서점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딘가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게 서점을 구경하고 보니 공간이 작다고 느꼈던 첫 느낌은 그동안 대형서점에만 익숙해진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아서점의 특징은 다양한 주제별로 책을 모아두었다는 것이다. 동아서점은 5만 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초보 중년을 위한 실전 가이드북', '먹기의 기술', '속초를 읽는 방법' 등 그간 다른 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특색있는 주제들로 책을 모아 놨다. 책은 각 1권씩 꽂혀있는데 이런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책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서점 곳곳에 손글씨로 안내되어 있다는 것이 동아서점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면 그 지역에 동네서점을 방문하라 권하고 싶다.
짐이 무거울까하여 가벼운 책을 골라 계산을 했는데, 계산하는 분이 동아서점 사장님이었다. 동아서점은 원래 5년 전까지 속초시청 부근에 있었다. 사장님의 아버지가 1대 사장님으로 1956년에 처음 서점을 개점했고 그때는 각종 문구와 우표 등을 주로 판매했다. 이후 1977년부터는 현재 사장님이 운영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수가 점차 줄어들어 폐점까지 고려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사장님은 아들에게 함께 서점을 운영하자 제안했고, 당시 서울 홍보 회사에서 근무했던 아들은 속초로 내려와서 가업을 잇게 됐다. 속초시 수복로에 위치한 현재의 동아서점은 사장님이 아들과 함께 다시 심기일전해 2015년에 이전 및 확장한 곳이다. 몇 차례 간 인테리어를 바꿔가며 동아서점만의 감성을 키웠다. 현재 동아서점은 SNS 등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속초를 대표하는 서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서점에 손님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창가 쪽 책상 의자에 앉아 구입한 책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기다보니 이른 점심이 되었다.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백종원의 3대 천왕'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속초에서 유명한 장칼국수 식당을 찾았다. 장칼국수는 강원도 음식이라 하여 관심이 갔는데, TV에 나온 그 식당은 장소가 협소하고 대기줄이 길다는 평이 있었다. 유명한 맛집을 가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여행할 때는 그런 곳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같은 메뉴에 다른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가보기로 했다. 이런 소소한 도전을 통해 숨은 맛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사동 왕박골식당
동아서점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쯤 달려 도착하니 한산한 거리에 '왕박골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주택을 개조한 식당이었다. 천장과 벽이 나무로 되어있고 언뜻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시계가 걸려있었다. 거실을 지나 방 두 칸이 있었는데 한 쪽 방에 자리를 잡고 장칼국수를 시켰다. 김치와 섞박지, 물김치가 나오고 하나씩 맛보고 있으니 곧이어 장칼국수가 나왔다.
장칼국수는 고추장과 된장으로 칼칼하게 맛을 낸 칼국수 요리로 강원도의 향토음식이다. 지역에 따라 해산물이나 간 고기를 넣기도 한다고 한다. 왕박골식당의 장칼국수는 김가루가 뿌려져 있어 살짝 옆으로 치우니 면발과 함께 소라, 감자, 애호박 등의 재료가 보였다. 국물은 얼큰하고 진한 맛이었다. 고추장도 아니고 된장도 아닌 그 중간의 맛인데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다. 왕박골식당은 1대 사장님이 26년 전 살던 집을 개조해 장칼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현재는 1대 사장님의 딸이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아무래도 비오는 날 장칼국수가 생각날 것 같다.
청초호와 브릭스블럭482 카페
속초는 석호가 잘 발달돼 있는 도시다. 석호는 파도나 조류의 작용으로 바닷가에 생기는 모래 둑인 사주가 만의 입구를 점차 막으면서 바다와 분리되어 생긴 호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릉 이북의 해안에 많이 있으며 속초에는 '영랑호'와 '청초호'가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근처에는 갯배선착장이 있는데 조금 걷다보면 바다와 청초호가 연결되는 지점이 나온다. 한 편에는 정박된 배들 너머로 설악대교가 보이고, 한 편에는 청초호 건너편에 산을 배경으로 건물들이 있는 도심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 호수, 산, 다리, 도심이 한 눈에 보이는 색다른 곳이었다.
'브릭스블럭482'는 갯배선착장에서 도보로 멀지 않은 카페다. 들어서자마자 인테리어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1층, 2층, 루프탑 총 3층으로 청초호가 한 눈에 들어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SNS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밤에는 청초호 건너 도심의 불빛이 멋지다고 하는데 필자는 아쉽게도 일정상 야경을 보지 못했다. 따뜻한 커피로 카페인을 보충하고 설악대교를 배경 삼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여행 초심자에게 딱, 속초 여행
속초 여행이 마무리됐다. 속초는 못 가본 곳, 못 먹어본 음식들이 남아 있어 다음 방문이 기다려지는 도시다. 산, 바다, 석호 등 다양한 자연경관과 맛있는 강원도 음식이 있는 곳. 관광지 간에 이동거리가 짧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부담이 없는 속초. 혼자하는 여행 초심자에게 추천한다. 혼자라서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속초로 한 번 떠나봄이 어떨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