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1인가구] 명종의 무책임한 주거대책과 역세권청년주택
“1인가구를 위한 주택이 부족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예나 지금이나 홀로 사는 이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집이 없는 1인 가구들이 겪는 설움과 고통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아픔이다.
조선 명종 재위시절 홀로 사는 사람들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명종실록> 명종 2년 8월 23일 기사에 이 황당한 사연이 담겨있다. 당시 사간원은 파성령 등의 집을 풍수설로 인해 철거하면 안 된다고 간청했으나 명종은 이를 불허했다.
간원은 “동대문 밖 영도교(永渡橋) 근처에 있는 파성령(坡城令) 등 여섯 집은 50년이나 오래 거주했으며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지 애당초 금지된 구역을 함부로 점거한 것이 아닌데, 기해년에 비로소 문을 막은 산은 금기(禁忌)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삼사(三司)가 이를 가려내며 ‘금기를 범했으므로 철거 대상이 된다’고 했다”고 실상을 고했다.
아울러 “오래도록 대대로 거주하던 집이 풍수설로 인해 하루아침에 철거당하게 됐으니, 곤궁한 사람과 과부(寡婦)들이 살 곳을 잃고 의지할 데가 없어 외롭게 방황하는 모습은 차마 들을 수 없다”며 왕의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명종은 “범법(犯法)한 일을 억울하다는 핑계로 고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사간원의 간청을 묵살했다.
당시 사간원은 풍수지리설로 억울하게 집을 빼앗기게된 과부와 가난한 1인가구들을 위한 조치를 구했지만, 명종은 이를 범법을 이유로 거절했다. 참으로 무책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주거안정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만 19~39세 청년·대학생·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월 20만~40만원대의 저렴한 임대료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종이 사간원의 청을 받들어 곤궁한 사람과 과부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명종을 새롭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1인가구가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 공간을 위해 서울시와 같은 주거대책이 확대된다면 명종과 같은 실책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1인가구를 위한 땅은 부족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