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65세 장년층 이상의 경우 큰 가전제품 구매를 꺼리는 편입니다. 작은 사이즈의 김치냉장고나 텔레비전 등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출산율에 비해 고령층 인구가 늘고 있음에 따라 컴팩트하면서도 실용성 높은 제품에 대한 소비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서울 한 지역 전자가전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실제로 유통가를 중심으로 작지만 실용성 높은 가전제품이나 주택매매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 형태의 가구가 많았지만, 100세 시대로 접어든데다 출산율까지 낮아지면서 실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전제품의 크기와 용량 등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
실용성과 미니멀(minimal)함 동시에 추구… 유통계 큰손 ‘엑티브 시니어’
언젠가부터 유통가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용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나이에 비해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장년층’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시니어 산업의 시장규모는 지난 2020년 72조원에서 오는 2030년 168조원까지 2배 이상 커질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이 중 하나가 경제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점이다. 이들의 경우 대다수 20대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해 법정 퇴직 나이인 만65세까지 경제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보니 40세 이하 젊은층보다 넉넉한 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통계 한 관계자는 “한 때 젊은층 사이에서 ‘욜로(YOLO)’라는 단어가 유행돼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풍토가 짙었지만, 실제 진정한 욜로는 장년층에서 두드러진다”며 “다만 장년층의 욜로는 ‘실용성에 맞춘 꼭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성능과 공간까지 만족시키는 ‘미니 가전제품’
시니어들의 지갑을 열게하기 위해 유통업계가 언젠가부터 이들을 타킷으로 한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먼저 락앤락은 32L 용량의 미니 김치냉장고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컴팩트한 사이즈에 실용성을 더하고, 공간도 크게 차지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출시 2주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된 이 제품은 공간이 협소한 주방이나 다용도실에 두어도 활용이 용이하고, 부드러운 슬릭 스퀘어 디자인으로 키친테리어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장 공간 자체를 냉각하는 직접 냉각 방식을 적용해 김치 보관에 최적화된 온도인 영하 1℃를 유지하며, 뚜껑은 실리콘 패킹으로 밀폐력을 강화해 냉기와 냄새 배출을 최소화했다. 김치 숙성 모드 외에도 과일·채소, 냉동, 음료 총 네 가지 모드로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맞춤형 냉장고로 사용할 수 있고, 제품 하단에는 바퀴가 설치돼 근력이 약한 시니어들도 가뿐하게 옮길 수 있다. 무엇보다 소음도 줄여 청각에 민감한 시니어들에게도 부담없다.
실제 김치 냉장고 용량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시니어층에게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니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B(여,63)씨는 “김치 냉장고를 구입하려고 몇 번이나 가전 매장을 찾았지만 용량에 큰 부담을 느껴 그때마다 발길을 돌렸다”며 “사용해 본 결과 용량도 작고, 가벼워 식구가 적거나 부부만 살고있는 가정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1~2인 가구 혹은 시니어 가구를 타킷으로 출시한 제품이라 실제 이들을 중심으로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김치는 물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숙성 잘 된 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호평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의 효도상품 부문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안마의자 역시도 콤팩트하지만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상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바디프랜드 ‘아미고’와 코웨이 ‘페블체어’ 제품의 경우 공간을 크게 차지 않는 디자인과 기대이상의 성능으로 시니어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두 제품 모두 기존의 안마의자가 보여주는 크고 투박함이 아닌, 어디에서든 잘 어울리는 콤팩트한 사이즈가 노부부만 있는 가정에 제격이라는 평가이다.
시니어 이커머스 구매액 엔데믹 이후 34.6% 상승
시니어들의 온라인 쇼핑에서의 신선식품 구매가 갈수록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 기준 전체 식품 구매 가운데 2.5%만 온라인으로 거래됐지만, 엔데믹 이후인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로 접어들어서는 8.8%까지 상승됐다.
'액티브 시니어'가 주로 사용하는 채널로는 쿠팡 등 소셜커머스가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코로나19 이전 이들의 이커머스 구매액 비중은 16.6%에 그쳤지만, 엔데믹 이후 이 비중이 34.6%로 크게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픈마켓 구매액 비중은 27.9%에서 10.2%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와 고령층 증가가 맞물리면서 향후 시니어 타깃 사업은 현재보다 더 새롭고 다양하며, 세밀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