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해외 명품 브랜드 가격이 새해에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해 들어 몇몇 명품업체들은 이미 값을 올리거나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보복소비 열기가 식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명품 시장도 주춤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눈치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두고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심리를 이용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샤넬은 지난해에만 4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세계·롯데百 등 오픈런 반토막…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산’
지난해에는 해외명품 특히 샤넬의 오픈런 때문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 백화점 주위가 떠들썩했었다. 새벽부터 줄서기는 기본이고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면서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의 명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새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20여 명 정도가 오픈런 대기를 하려고 백화점 문 앞에 줄을 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기 줄은 길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오픈런을 했다는 김모씨는 “작년만 하더라도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의 웨이팅은 엄두를 못 냈다”라며 “요즘은 오픈 시간에 맞춰 오면 1~2시간만 기다려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며칠 전 아내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처음 해봤다는 직장인 길모(40)씨는 “지난해에 아내가 사고 싶은 명품 가방이 있다며 새벽에 나갔는데 결국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라며 “아내의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오픈런을 해서 가방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경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줄을 서지는 않았다”라면서 “백화점 오픈 시간 1시간 반 전에 갔는데 대기번호가 19번이었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업계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실적이 줄어들 것”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서며 평소 주말 대비 2배 많은 수요를 보였지만, 명품 구매가 줄어드는 가운데 오픈런 고객 역시 일부 브랜드 매장에서만 소수가 대기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해 디올, 델보, 쇼파드 등의 매장에서도 대기 고객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서 젊은 고객들의 명품 구매 여력이 줄어들었다”라며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보복소비 심리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명품 시장 분위기는 최근 들어 점점 가라앉는 분위기다. 백화점 명품 부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8월 26.4%, 9월 14.2%, 10월 8.1% 등으로 점점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에르메스·프라다 가격 최대 10% 올려
그럼에도 불굴하고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의류, 가방, 신발 등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에르메스의 가방 가든파티36는 7.8%, 에블린은 8.8% 상승했다. 린디26는 7.5% 인상됐다. 에르메스는 매년 1월 가격을 올려 왔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미 새해 제품 가격을 약 5~10%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네 차례나 값을 올렸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일부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인기 백팩인 리나일론 백팩은 10% 인상됐고 ‘바이커 백’으로 불리는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 백도 9.4% 올랐다.
롤렉스도 주요 제품 2~6% 인상
명품 주얼리도 마찬가지다. 크리스챤 디올은 12일부터 파인 주얼리 가격을 평균 10% 이상 올렸다. 로즈드방, 브아드로즈 등 고가 라인 귀걸이·반지·팔찌 등의 가격이 인상됐다. 명품 시계 3대장으로 불리는 ‘롤오까(롤렉스·오메가·까르띠에)’도 마찬가지다.
롤렉스는 지난 2일 인기 모델인 서브마리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2∼6% 올렸다. 서브마리너 데이트(콤비)는 6.5% 올랐다. 오메가 역시 다음달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값을 7%가량 인상한다. 상반기 인상을 예고한 명품 브랜드도 많다. 업계에선 루이비통, 샤넬 등 브랜드가 새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한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부담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역설에서 찾는다.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심리를 조장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란 비판이다.
매출 비중이 높은 VIP 고객들 오히려 씀씀이 키울 듯
올해도 명품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협회 알타감마는 올해 명품시장은 최소 3~8%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1.7% 급증한 3530억유로로 추산했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명품값이 많이 오르고 부담이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들 매출이 예년보다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초부유층 고객들은 되레 수요를 키우는 경향이 있어 성장세는 둔화하더라도 시장 차원에서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과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명품시장이 받을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활성화하고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줄면서 명품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VIP 고객들은 오히려 씀씀이를 키우는 경향이 있어 성장세는 둔화되더라도 전체 시장이 작아지거나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