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연애는 물론, 결혼, 육아를 비롯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20~30대가 늘어나면서 “이번 생은 혼자 살자”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만큼 젊은 세대가 느끼는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아 보인다.
70대 김 모 씨는 “우리 때는 한집에 7~8명씩 살면서 힘들었지만 다 견뎌내면서 잘 살았다”며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다들 어려워도 극복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요즘 젊은이에게 통할까.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데다 취업하더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양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내 집 마련? 그건 정말 불가능
“죽자 살자 일해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데 결혼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거지요.”
7년 차 직장인 김모씨(37)는 “IT관련 중소기업을 다니며 성실히 일하고 있지만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이 나가다 보니 돈을 모을 수가 없다”며 “집이 지방이다 보니 서울에서는 전세로 살고 있고 출퇴근 때문에 자동차도 한 대 소유하고 있지만 이래저래 아낀다고 아껴도 돈은 쉽사리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있으면 40대가 되는데 이런 사람한테 누가 시집을 오겠냐”며 “부부가 함께 일해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건 옛날에나 가능했고 지금은 양가 도움을 받거나 기본 재산이 있어 담보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해야 내 집이라는 걸 가져볼까요”
헤어디자이너 인모(33)씨 역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 가정을 꾸리겠다고 생각했지만 5년 차인 지금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결혼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면서 “집안 자체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집을 마련해 주신다거나 전세 비용을 대주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전히 내 힘으로 결혼해야 하는데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과연 가능은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솔로’ 선택
미혼인 선모씨(35)는 “직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으며 쉬지 않고 일해도 보험료, 적금, 생활비 등 이것저것 나가는 돈이 많다. 혼자 사는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신혼집이나 결혼 준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냐”라며 “돈이 모이지 않으니까 결혼은 꿈도 못 꾼다. 땅 파서 결혼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결혼 포기에 있어 주거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이야 혼자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허덕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원래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자연스레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 …내 집 마련, 결혼식 비용 우려 상당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45세 미혼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및 ‘결혼식’ 관련 인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 미혼남녀들이 결혼을 걱정하거나 결혼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갖는 중요한 원인중 하나는 ‘경제적 비용’이었다. 향후 결혼 준비를 하게 될 경우 가장 염려하는 부분으로 내 집 마련 문제(79.1%, 중복응답)를 첫손에 꼽았으며, 결혼식 비용(46.1%)과 혼수·예단 준비(38.7%)에 대한 부담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미혼 남녀 47%는 ‘앞으로 결혼할 의향이 없거나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결혼에 부정적’ 女 57%·男 38%가 ‘결혼하고 싶지 않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4674명을 상대로 ‘1인 가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혼자 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0.6%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1인 가구’인 셈이다. 연령별 1인 가구 비율은 ‘20대’ 37.0%, ‘30대’ 48.1%, ‘40대 이상’ 39.0%로 파악됐다. 소위 ‘결혼적령기’로 불리는 30대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셈이다.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서는 47.3%가 ‘하고 싶지 않은 편’(39.3%)이거나 ‘절대 하지 않을 것’(8.0%)이라고 답했다. ‘꼭 할 것’(18.7%)이라거나 ‘하고 싶은 편’(34.0%) 등 긍정적인 의향을 보인 비율은 52.7%였다.
여성 10명 중 1명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해
이처럼 향후 결혼 의향이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는 응답률은 여성이 57.0%로 남성(37.6%)보다 19.4%포인트 높았다. 여성은 10명 중 1명(10.6%)이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해 남성(5.4%)보다 비중이 2배 가까이 많았다. 결혼 의향에 부정적인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여성은 ‘가부장제 등 양성 불평등 문화가 싫어서’라는 응답률이 30.5%,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29.1%였으며 ‘출산 의향이 없다’거나 ‘경력 단절’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유가 43.1%,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답이 16.5% 순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경제적 여유 부족’을 꼽았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