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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이슈] 회사 눈치 보며 휴직 신청…“아빠가 무슨 육아휴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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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이슈] 회사 눈치 보며 휴직 신청…“아빠가 무슨 육아휴직을 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12.2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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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연령 높아져 40대 남녀 휴직 증가… 주로 자녀 초등입학 때 신청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구글이미지 캡처.
@구글이미지 캡처.

육아와 살림에 능숙한 아빠들을 보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살림과 육아는 공동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점점 당연해지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 살림을 다루던 예능들도 이제는 힘든 ‘도전’이 아닌, 자연스럽게 ‘주체’로서의 아빠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념상 ‘독박육아는 안 된다. 공동육아를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쓰려고 해도 회사의 눈치가 보여 휴직이 아닌 휴가정도만 쓰는 아빠들이 대부분이다.

분위기 싸늘…“남자가 가장으로서 일을 하면 되는 거지” 

분당제일여성병원 홈페이지.
분당제일여성병원 홈페이지.

“회사에서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여성들도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1년 쓴다고 한 다음에 중간에 7~8개월 만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김모 씨(34)가 육아휴직을 고려하자 직장에선 ‘남자가 가장으로서 일을 하면 되는 거지 무슨 육아냐’ 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육아 때문에 우울증이 걸렸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회사의 답변은 싸늘했다. 회사는 법적인 부분 때문에 무조건 막지는 못했지만 그에게 육아휴직 복귀 후 담당 업무가 바뀔 수 있다며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간접적인 의사를 전했다.

김씨는 “이게 바로 현실”이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당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마 혼자 아이 셋을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세 아이의 아버지인 이모 씨(33)는 지난해 10월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내가 혼자 영유아 자녀 셋을 돌보는 걸 힘들어했는데 코로나19로 보육시설까지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아이들이 좀 더 자란 뒤 아내와 맞바꿔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앞당겨 쓰게 됐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처음 회사에 육아휴직에 대해 문의했을 때 휴직이 아닌 휴가를 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제가 휴가일수가 꽤 남아있어서 휴직 말고 휴가를 쓰고 나오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양가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 부탁드릴 수도 없는데 엄마 혼자 아이셋을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요. 계속해서 제가 회사에 휴가가 아닌 휴직을 하겠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아주기는 했습니다.”

지난해 이 씨처럼 육아휴직을 한 남성이 3만8511명에 이르렀다.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약 20배로 늘어났다.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이 남성이었던 셈이다.

여성 휴직자가 남성의 약 3배 수준으로 여전히 많아

@통계청
@통계청

통계청의 ‘2020년 육아휴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6만934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지난해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자녀를 키우기 위해 휴직을 신청한 사람들이다. 이전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해 작년까지 쉰 사람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3만8511명, 여성은 13만834명이었다.

여성 휴직자가 남성의 약 3배 수준으로 여전히 많지만 남성 휴직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0년(1967명)의 19.6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는 1.8배로 늘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한 시기는 35∼39세(43.4%)와 40세 이상(32.6%)에 집중됐다. 여성은 30∼34세(39.8%)와 35∼39세(35.8%)가 많았다. 갈수록 출산 연령이 높아지며 남녀 모두 40대 육아휴직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 태어난 자녀 1명만 있는 부모들을 분석한 결과 워킹맘들은 자녀 출생 직후(자녀가 만 0세 때), 워킹대디들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만 7세 때)에 휴직을 많이 했다.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버지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육아시간' 많아진 서울시 아빠 공무원 “육아참여 당연하다”

채널A 아빠본색 캡처.
채널A 아빠본색 캡처.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아빠’(워킹대디) 1000명 중 절반가량(47.5%)이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휴직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의 대기업, 중소·영세 기업 간 격차도 여전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63.5%는 직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에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이하인 기업에서 육아휴직자는 어머니 5.0%, 아버지 3.5%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여자만 육아를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냐”며 “육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만든 제도를 이용해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공무원 사회에서도 남녀가 함께 육아하는 게 하나의 기준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육아를 이유로 늦게 출근하거나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는 MZ세대 공무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일부 존재한다.

육아에 신경 쓰다 보면 일에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5년 육아휴직을 한 서울시 남성 공무원은 35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6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35명 ▲2016년 31명 ▲2017명 44명 ▲2018년 48명 ▲2019년 62명 ▲2020년 66명 ▲2021년 6월 기준 34명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육아휴직에 들어간 남성 공무원은 수는 2배도 늘어나지 못했다.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은 “서울시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자 수가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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