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와 금세기를 통틀어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명화, 그 이상의 명성을 누려온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기리며, 그의 시대별 역작들을 살펴봅니다. (2/3회)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① '80년대, <The Mission> O.S.T.
②'90년대,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O.S.T.
③'00년대 이후,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O.S.T.
영화 <미션>의 사운드가 지구 곳곳을 희망으로 물들여가는 동안, 영화 <언터처블스(1987)> 또한 '모리코네'와의 작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감독 '브라이언 드 팔머'는 이미 '알 파치노'의 영화 <스카페이스(1983)>를 통해 명장(名匠)의 반열에 올라있던 상태로,
'케빈 코스트너'를 비롯한 말이 필요없는 배우인 '숀 코네리'와 '로버트 드니로' 등을 영입, 제작 발표 이후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선 '최우수 작곡상' 수상 후보를,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큰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이후, '해리슨 포드'의 <실종자, Frantic (1988)>에 참여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와의 협업을 통해, 모호한 현실을 신비감 넘치는 여성과 함께 풀어가는 극 중 주인공의 심리를 철저히 분석, 반영해 내더니만, 같은 해에 발표된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에서는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영상미에 절절히 녹아든, 말 그대로 '천국'의 선율을 뽑아내기에 이른다.
이는 악곡 내 부수적인 요소들의 다양한 활용에도 그만의 집념어린 집중력이 투영된 결과로써, 어찌보면 그의 작품들은 미리 예정된 수순을 따른 것일 뿐, 그 연유에 있어선 이젠 그닥 놀라울 것도 없지 않나라는 가히 최고 수준의 '경탄'을 쏟아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시 말해, '엔니오 모리꼬네' 만의 색깔이 너무나도 잘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꽤 오래 전 부터 그는 소프라노의 미성은 물론이고, 휘파람 또는 벤조 및 하모니카 소리,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과 첨단 미디사운드까지 거의 모든 음소(音素)들을 활용해 온 터였기에, '팬 플룻'이 감각적으로 녹아든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더불어,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의 목관이 지닌 따뜻한 음색 또한 '모리꼬네' 만의 독창적인 서정적 톤과 큰 조화를 이뤄낼 수 있던 것이었다.
90년 대에 접어들고 난 이후, <숀펜의 헬스 키친 (State of Grace)>과 더불어, 같은 해에 개봉한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햄릿(Hamlet)>에서 또한 그만의 독창적 감성이 표출되기에 이르는데, 이것은 전작, <미션>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도 거의 동등한 분위기로 맞아떨어지는, 그만의 서정성이 이태리 전통 오페라와 절묘하게 조화된 방식으로 돋보여지는 것이었다.
또한, 영화상 갈등 고조에 따른 심리적 상황을 강박적 악곡 형태로 전개시키는 동시에, '막'과 '장'의 구분까지도 여지없이 음악을 통해 표현해 낼 수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만의 놀라운 면모는, 1991년 작, <벅시, Bugsy>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기에 이르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또 한 번 오스카(아카데미)의 작곡상 부문의 후보로도 지명되지만, 이전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나, <언터처블스, The Untouchables>의 경우와 같이,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횡행하던 당시의 아카데미 음악분과위원회의 불합리함을 넘어서지 못한 채 결국, 또 다시 후보로서만 거론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몽상가 '벅시'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다 못해 해부까지 해내기에 이르러, 뭔가 비통함에 젖은 듯한 로맨틱 사교남이, 사막 한복판 거대한 카지노를 세운 채로 사색적이면서도 광분한 면모로 발전해간다는 그 전설적 사건 분위기 만큼은 완벽히 구현해 냈다는 평을 들으며, 다음 작품으로 또한 그 자신의 열정을 이어간다.
그것이 바로 1992년도의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인 것. 이 영화의 감동이 구현되기까지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인도 '캘커타' 내 제작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아래, 전작 <미션>의 감독 '롤랑 조페'는 자신 만의 확신에 찬 열정으로 결국, 문제의 '환희의 도시'를 완성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또 한 번의 조화를 이뤄낸 '엔니오 모리꼬네' 식 메인 테마는 -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할지 모를 - '희열'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이르러, 영화를 본 이후에도 그 가슴 따뜻한 울림이 쉬이 꺼지지 않는 기적까지 선사해 주었다. 영화의 숭고한 정신이 음악과 철저히 한 몸이 된 이 또 하나의 케이스는 곧 '클린트 이스트우드'표 보디가드 영화 <사선에서, In the Line of Fire>(1993)와 '잭 니콜슨'표 늑대인간 이야기 <울프, Wolf>(1994) 등으로 이어진다.
허밍 하나에 휘몰아치는 감동의 쓰나미, 고전적 사랑 이야기의 원조 테마 <러브 어페어> OST
1994년도에 이르러, 이전 영화 <The Grifters (1990)>로도 그 미모를 꽤나 과시했던 '아넷 베닝'은 고전 여배우 '캐서린 헵번'의 극 중 피아노 선율을 따라 그림과도 같은 허밍 장면을 탄생시키는데, 그 이름하여 <러브 어페어>.
주인공 '마이크'('워렌 비티' 분)가 한 눈에 반할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여주인공, '테리'('아넷 베닝' 분)의 눈부심은 결국, 단선적인 로맨스를 자연스러움으로 승화시키며, 한 운명의 장소('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데..
제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가슴 뛰지 않을 수 없는 이 연인 간 재회의 스토리는 사실상 그 원형이 따로 존재한다. 그것도 1939년과 1957년에 걸쳐 감독 '레오 맥커레이 (Leo McCarey)'에 의해 두 차례나 영화의 형태로 제작되었던 것. 결국, 이 두번 째 리메이크 작 <러브 어페어> 또한 이상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만남이 우아한 조화를 이룰 수 있기 위해 상당 부분 고급진(?) 제작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였던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OST앨범, <러브 어페어>는 '모리꼬네'의 스코어 10곡을 포함한 총 14개의 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5번 째 트랙의 'For Annette and Warren'을 필두로 메인테마의 선율이 오케스트레이션 형태를 비롯한 다양한 버전으로 반복되는데, 그 세련된 멜로디와 분위기가 약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앨범 전반의 흐름은 풍성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작용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그 바램 만큼은 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선율로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결코 지치는 경우 없이 매 트랙마다 흘러가는 '모리꼬네' 식 멜로디는 8번 째 곡 'Anxiety and Joy'에서 다소 전환의 기회를 맞기도 한다. 간결한 리듬파트로 시작된 관현악의 환희 넘치는 전개는 곧 9번 째 곡, 'Piano Solo' 와 그 이후의 'Sentimental Walk', 'Journey of Love', 'Return' 등으로 그 독보적 아름다움을 이어가는데, 때마다 등장하는 여성의 허밍 역시 '모리꼬네' 식 인간의 숨결을 활용한 - 이전의 휘파람, 오보에, 팬플룻, 트럼펫 등과 같은 - 진행으로 그 감동의 물결을 배가시키고 있다.
앨범 도입부 4곡은 - 원조영화의 향수를 떠올릴 만큼 - 과거 블루스와 스윙 시대를 선도했던 역사적 뮤지션들의 목소리로 수놓여져 가는데, 첫 번째 트랙,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곡은 1930년 대에 결성된 밴드, 'Tympany Five'의 리더, '루이스 조단'을 통해 나름의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또 그만의 독보적 색체는 곧 세번째 트랙, 'Life is so peculiar'에서 두말 하면 잔소리인 '루이 암스트롱'과의 짤막한 대화로 기막히게 뒤섞이는데, '삶은 정말 특별하다'라는 이 노래의 제목 만큼이나 그 신명나는 리듬과 가사는 곧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대변하기에 이른다.
또, 후반 씬의 공연장에서 울려퍼지는 (All Time Favorite)캐롤, '크리스마스 송'은 기적이 일어나도 크게 놀랍지 않을 기막힌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레이찰스'만의 고귀한 음성과 놀라운 연주력은 이내 가장 맘 따뜻한 계절의 새하얀 속삭임으로 온 맘 속 도시 위를 뒤덮는다.
모든 표현의 범위 내, - 초기 네오 이탈리안 시대 및 마카로니 웨스턴, 정통 갱스터와 호러, 미스터리 등 - 다양한 장르가 지닌 그 방대함을 넘어, 역사적 멜로물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놀라운 가치를 입증해 낸 진정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코네'. 그만의 위대한 영화음악 속 숨결은 곧, 현대적 감각으로 연출된 수많은 작품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또 다른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간다.
(다음, ③'00년대 이후,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O.S.T.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