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혼라이프 시대에도 SUV는 대세다. 혼자 또는 둘이 주로 타는 SUV는 실용성까지 담고 있어 그 매력이 더 커진다.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혼족들에게 다루기 편한 덩치와 실용성 좋은 크기의 콤팩트 SUV는 그야말로 제격이다.
여기 포르쉐 마칸이 있다. 일상용 스포츠카로 라이벌을 찾을 수 없는 차들을 선보이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 그 가문 안에 막내 SUV인 마칸. 사실 포르쉐 가문에 SUV는 형 카이엔과 여기 이 동생 마칸이 전부다.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를 뜻하는 마칸이 등장했을 때 카이엔만큼 포르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끝났다며 거부하는 여론은 크지 않았다.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그저 포르쉐라는 현실을 경험했으니까.
겉모습의 변화는 크지 않다. 앞 얼굴에서는 최신 포르쉐의 아이콘인 4개의 LED가 빛나는 주간주행등 헤드 램프가 들어갔다. 범퍼 디자인도 달라졌고 앞 그릴 가운데 카메라 렌즈가 배치됐다. 3D 설계의 3분할 LED 테일 램프 가로 바는 카이엔과 파나메라, 911에도 적용되어 있는 것과 같은 콘셉트다. 가니시 부분에 PORSCHE라는 레터링을 입체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핵심은 인테리어의 변화다. 스크린 좌우에 있던 에어 벤트가 아래로 내려갔다. 센터패시아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기존 7.2인치에서 풀 HD 터치스크린 10.9인치로 커졌다. 포르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PCM(Porsche Communication Management)도 완전히 달라졌다. PCM은 파나메라, 카이엔과 같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들어있어 스마트폰 확장성도 훌륭해졌다.
엔진은 2.0리터 직렬 4기통과 3.0리터 V6 가솔린 두 가지로 나뉜다. 3.0리터는 2995cc와 2894cc로 또 나뉜다. 전자는 마칸 S, 후자는 터보와 GTS에 각각 올라간다. 2.0리터 사양은 기본적으로 기존 엔진과 동일하지만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0Nm으로 최고출력이 7마력 줄었다. 이는 유럽시장에서는 가솔린 미립자를 제거하는 필터(OPF)의 장착이 의무화된 탓이다. 출력을 7마력 줄인 대신 배출 기준 유로 6d-TEMP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OPF 장착 의무화가 없기 때문에 기존과 동일한 252마력이다.
시승차는 1984cc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은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7.7kg.m를 발휘한다. 스티어링 칼럼 왼편의 다이얼을 돌려 시동을 건다. 실제 키를 꽂아 돌리는 방식에서 키를 꽂아둔 것 같은 모양의 다이얼로 바뀌었다. 일종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절충점으로 바뀐 셈이다.
2리터 가솔린 엔진이지만 나름 ‘바르릉’ 울려 퍼지는 엔진음에 마음이 들뜬다. 심금을 울리는 포르쉐 사운드는 최신 엔지니어링이 자아내는 감성의 원초적 자극. 녀석은 페달의 움직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감속을 반복했다. 냉정하고 철두철미했다. 절도감 넘치는 반응은 페달뿐 아니라 스티어링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크고 뒤뚱한 SUV의 구조적 한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하체는 탄탄하고 움직임은 경쾌했다. 시야가 높은 덕에 운전이 쉬운 박스터나 카이맨을 모는 듯했다.
포르쉐에 거는 기대감이 큰 탓에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이 내는 달리기 성능이 대단히 화끈하지는 않다. 하지만 원하는 순간 어디서든 딱 그만큼의 힘은 충분하다. 더불어 노멀 모드(주행모드는 노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로 주행모드를 선택해 달리면 이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없다. 포르쉐를 원하는 혼족들이라면 보이는 구석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세심하게 다듬고 돌아온 마칸을 분명 사랑할 것이다. [사진=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