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30대 직장인 김씨는 집에 TV가 없다. 혼자 사는 집이 좁은 탓도 있지만,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김씨는 OTT 서비스를 3~4개씩 구독 중이다. 최근엔 김씨처럼 ‘TV 대신 OTT’를 선택하는 싱글 세대가 적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기기·시간·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의 대세가 된 OTT를 조명하고, 각각 서비스의 장단을 분석해보자.[편집자주]
“처음엔 ‘하우스 오브 카드’ 때문에 ‘한달 무료’로 보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기묘한 이야기’ 등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결국 유료 결제를 하게 됐죠. 그때만 해도 주변에 넷플릭스 구독자는 평소 미드를 좋아하던 몇몇 친구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킹덤을 보지 않고는 친구들 대화에 좀처럼 끼는 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덕분에 그 이후로도 넷플릭스의 충성 회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부의 단편적인 사례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지 4년이 조금 넘었지만, 넷플릭스가 확보한 국내 유료 가입자는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넷플릭스는 그 어느 OTT보다 독창성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서비스가 됐다. 긍정적인 면을 보는 강점과 기회, 반대로 위험을 불러오는 약점, 위협 등을 저울질해 넷플릭스의 성공 스토리를 진단해봤다.
▲강점(Strength) = 넷플릭스의 위력은 구체적인 숫자로는 확인이 어렵다. 회사는 “190여개국에서 1억6700만개의 유료 멤버십”이란 통계만 제시할 뿐, 지역별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넷플릭스의 인기를 체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스타 작가 김은희가 극본을, 유명 PD 김성훈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던 ‘킹덤’은 2030 세대 필청 콘텐츠가 됐다.
문제는 킹덤을 볼 수 있는 곳이 오직 넷플릭스 한군데라는 점이다. 이런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 회사를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콘텐츠 포털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OTT 시장의 규칙을 하나씩 바꿔왔는데, 그중 하나가 독점 콘텐츠였다. 개방된 플랫폼에 소비자를 묶어두기에 안성맞춤의 전략이었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이 던진 메시지는 컸다. 넷플릭스의 독점작은 기존 미디어 시장에 없던 신선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독창적인 소비 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들 세대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했다.
사용자 기반 알고리즘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 역시 넷플릭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가 하루에 전부 공개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기능은 ‘몰아서 시청하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밖에도 편리하다고 정평이 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은 다른 서비스를 압도하는 넷플릭스만의 경쟁력이다.
▲약점(Weakness) =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약점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20~40대 특정 세대만 열광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프로필 추가를 통해 ‘키즈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긴 했지만, 이 서비스의 인기 콘텐츠 대부분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당장 국내에서 중장년층, 키즈 세대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건 쉽지 않다.
여전히 서비스 내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한정적이고, 외국 제작 콘텐츠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서다. 유력 경쟁사로 꼽히는 디즈니의 대부분의 콘텐트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미디어 공룡 기업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로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업력이 짧은 점도 문제다. 오랜 업력으로 전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IP(지적재산권)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기회(Opportunity) = 최근 넷플릭스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문구를 보자.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역 환경에 특화된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성장했다. … 각자의 매력으로 무장하고 넷플릭스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우리, 바로 콘텐츠 소비자에게 장점으로 돌아온다. 넷플릭스 안팎으로 더욱 수준 높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는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사업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점유율을 선점한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더 돋보일 거란 계산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물론, 끊김 없이 고화질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적인 역량만큼은 쉽게 추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위협(Threat) =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자의 눈길을 끌고, 이들을 충성 유료 회원으로 만들어 장기 수익원으로 삼는다.”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는 OTT 시장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의 흥행 덕분이었다. 눈에 띄는 후발주자들도 대체로 비슷한 수익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모델을 선점한 넷플릭스의 독주는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트렌드가 점차 바뀌고 있는 점은 변수다. 디즈니플러스의 유럽 진출 현황을 보자. 최근 디즈니는 영국의 ‘스카이’ 이탈리아의 ‘TIM’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과 유통 및 콘텐츠 제휴를 체결했다. ‘OTT-방송·통신 서비스’의 결합이란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폭스나 컴캐스트, NBCU 같은 올디미디어 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들은 각각 ‘투비’ ‘쥬모’ ‘부두’ 등의 OTT 스타트업을 인수했거나 인수를 검토 중이다. 타깃이 된 스타트업은 광고 기반의 OTT 서비스란 공통점이 있다. 무료 기반 광고형 글로벌 OTT 플랫폼의 위력은 ‘유튜브’에서 확인된 바 있다. 후발주자들의 새로운 사업 전략이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시장에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나갈 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어찌됐든 한달 만원 남짓의 넷플릭스의 구독 버튼을 누르는 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하나, 넷플릭스발 콘텐츠 훈풍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라는 넷플릭스의 조언대로 말이다.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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