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to 5', 일하러 가기 싫은 직장인이 뽑은 최고의 디바, '돌리 파튼'의 인생이 담긴 앨범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물론 가능하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장착한 채로, 나만의 걸음걸이에 흥겨운 음악을 싣다 보면, 지나는 이들의 무표정은 어느새, 내 고막과 연결된 시선 속에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이 되어 있을테니.
사람을 아이스크림에 덧대는 것이 당췌 무슨 비유인가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매순간 차가운 상태에서 누군가의 기분을 데워주기도 하는 아이스크림 말고도, 음악으로 하나된? 뭇사람들과의 시선 교감 만큼이나, 차갑기만 한 도시를 달콤하고 따뜻한 동심으로 채워주는 것도 딱히 없는 바,
나름 살맛 나는 도시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도시인 취향 저격 음악들을 차례로 묶어본 이 시점에서,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애정이 흘러넘치다 못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 걸어줄 듯한, 컨트리계의 여왕이자 산 증인, 미 컨트리팝의 대모 '돌리 파튼'을 모시고 와 봤다.
1980년 당시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가 귀가 닳도록 들었을 만큼, 일상 속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곡, '9 to 5'. 지금도 매일 칼퇴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들에겐, 예전 풋풋했던 시절의 '돌리 파튼' 목소리와 함께, 과거 신명나는 사운드가 전하는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그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선물처럼 전해질 수 있길 바란다.
(故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의 원작자이자, 미 컨트리계의 대모, '돌리 파튼'
본명은 돌리 레베카 파튼(Dolly Rebecca Parton). 1946년 1월 19일, 미국 테네시주 피트먼 센터에서 태어난 '돌리 파튼'은 담배 농사를 지었던 '로버트 리 파튼'과 그의 아내였던 '애비 리 파튼' 사이에서 자랐다.
이후, 12세가 된 그녀는 당시의 '녹스빌TV'에 출연한 뒤로, 13세에 이르러 작은 레이블에서 녹음까지 하는데, 여기서 발매된 곡이 바로 그녀의 데뷔곡이자 첫 싱글인 'Puppy Love'. 미국 컨트리 뮤직의 유명 라디오 쇼, 'Grand Ole Opry'에도 출연한 그녀는 '세비어 카운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내슈빌로의 이사를 강행, 본격적인 컨트리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내슈빌'은 미국 테네시 주의 주도이자, 미 컨트리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도시로, 당시 이곳에서 미국 음반의 거의 대부분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곳에서 그녀는 아스팔트 포장 사업가 '칼 딘 (Carl Dean)'과 만나 결혼에 골인하며서, 이듬해인 1967년, 그녀의 대선배격인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원곡 가수, '포터 웨인 워거너 (Porter Wayne Wagoner)'의 제안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TV프로그램 <The Porter Wagoner Show>에 고정 출연하는 것. 이에 그녀는 무려 7년이나 되는 이 시기 동안, '포터 웨인 워거너'와 듀엣을 선보이는데, 그에 따른 유명세에도 모자라 솔로곡 'Joshua'(1970)가 대히트를 치게 되면서, '돌리 파튼'은 결국 1974년 부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기 시작한다.
그런 솔로의 진면목은 그녀 만의 출중한 작곡 실력으로도 드러나게 되는데, 1968년 이후, 거의 해마다 컨트리 음악 협회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1970년대 후반부터는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 TV 토크쇼의 단골 손님으로도 적극 활약하게 된다.
그리고 1979년 2월 15일, '프랭크 시나트라'가 공로상을 받은 제 2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Here You Come Again'으로 최우수 여성 컨트리 보컬 퍼포먼스 상을 받은 그녀는 '제인 폰다'와 함께 직접 출연도 마다하지 않은 영화 <Nine to Five(1980)>의 타이틀 곡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이후로도 셀 수 없는 그래미상과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 달성을 통해, 금세기 가장 위대한 여가수 중 컨트리팝계의 진정한 여왕으로 우뚝 서게 된다.
수많은 자작곡을 통한 왕성한 공연 활동은 물론, 영화 <철목련, Steel Magnolias (1989)>에서는 배우 '샐리 필드'와 '줄리아 로버츠', '셜리 맥클레인', '다릴 한나' 등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밝고 매끄러운 목소리가 녹아든 여타의 작품들과 끊임없는 뮤직 비디오 제작을 통해, 그녀 만의 따뜻하고도 재기발랄한 감성에 성실한 면모까지 더해가고 있다.
이 앨범은 '돌리 파튼'이 가장 맹활약하던 시기의 인기곡 만을 엄선한 것으로서, 지난 5월, 국내에서 뮤지컬로도 선보여졌던 <9 to 5>의 주제가 '9 to 5'가 여지없이 첫 번째 순서로 위치하고 있다. 특유의 신나는 리듬이 타이핑 소리와 함께 시작되면, '돌리'만의 읊조림이 나름의 멋들어진 파도타기를 강행, "Working 9 to 5"로 터져나오는 한껏 고조된 리듬은 곧, 브라스(Brass)의 높은 바람을 타고 기막힌 흥겨움의 세상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당시의 뮤직 비디오를 함께 보면 더 큰 흥에 취해 볼 수 있다. 관련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UbxUSsFXYo4)
두 번째로 이어지는 'But you know I love you'는 부드러운 돌리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멜로디 라인으로 컨트리 발라드 풍의 진수를 전해주는 동시에, 바로 이어지는 'Heartbreak Express'는 더욱 빠른 흥겨움으로 솔로 색소폰에 젖어들기 충분. 어느새 컨트리풍 스타일이 더욱 진하게 묻어나는 'Old flames can't hold a candle to you'과 '돌리'의 가성이 빛을 발하는 'Applejack', 보컬의 사랑스러움이 극에 달하는 'Me and little andy', '돌리'의 가창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Here you come again'을 지나고 나면,
'케니 로저스'와의 듀엣으로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 중독성 넘치는 - 곡 'Islands in the stream'과 유사한 흥겨움으로 오리지날 컨트리풍을 또 다시 자극하는 'Two doors down', 애절한 마음이 굽이치며 흐르다 위안의 바다에서 만나는 'It's all wrong, but it's all right', '돌리'의 콧노래가 멋들어진 컨트리송으로 완성되는 'Do I ever cross your mind', 그리고 마지막, '휘트니 휴스턴'과 또 다른 원작 느낌으로 독보적인 '돌리' 나래이션이 돋보이는 'I will always love you'로 마무리 된다.
"나의 음악은 내가 가 본 곳과 앞으로 가야할 모든 곳으로 날 데려다줬습니다. 이건 진정한 사랑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죠. 난 이것을 결코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난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돌리 파튼'
젊은 시절, 처음 만난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 거친 쇼비즈니스의 할리우드에서 -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돌리 파튼'. 그런 그녀의 음악 인생 또한 변함 없는 진솔함과 흔들리지 않는 매력으로 순항해 온 지금, 그 순수하고도 당찬 목소리는 우리에게 결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하나씩 들려 주고 있었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9 to 5), 난 당신을 항상 사랑할거예요(I will always Love you)!'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