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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1MUSIC] '사랑하는 누군가'처럼, JAZZ의 대가(大家)로 영원히 기억될, '엘리스 마살리스'의 부자 앨범, 'Loved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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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1MUSIC] '사랑하는 누군가'처럼, JAZZ의 대가(大家)로 영원히 기억될, '엘리스 마살리스'의 부자 앨범, 'Loved Ones'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0.06.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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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for 1 LIFE'를 표방, 매주 초 뜨거워진 혼자만의 열정을, 함께 응원해 주거나 적당히 식혀 줄 앨범 하나 엄선해 주는 코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재즈피아니스트계의 거장(巨匠), '엘리스 마살리스'를 추모하며, 그의 아들과 함께 한 명반을 소개합니다. 그 상(上)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처음 재즈가 들리던 때를 어렵사리 반추해 보면, '스탠다드'라 불리는 어느 한 곡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여러 연주자들에 의한 변주(變奏)를 거듭하던 그 곡은 또 다른 음악들 사이로 숨어버린 채, 거대한 장르(?) 하나만을 덜컥 안겨 주었다.

재즈 스탠다드(Jazz-Standard)*.

아주 먼 옛날, 유럽에서 건너온 클래식과 오페라 작곡가들은 신대륙(미국)의 다양한 니즈를 살피기 시작한다.  이내 불어닥친 대공황의 시기(1930년대)는 음악 최초의 상업적 부흥을 견인함과 동시에, - 라디오의 보급과도 연관 - 음악가들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대중)를 위로하고도 남을, 비교적 짧고 스탠다드한(?) '재즈' 곡들의 양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하기에 이른다.

 
* 재즈 스탠다드 : 과거 가장 유명했던 재즈곡을 포함, 현대 재즈뮤지션들이 연주하거나 리메이크하는 대표적인 곡들을 모두 일컫는다. 블루스나 팝스탠다드와 겹치기도 하는 그 레퍼토리는 실로 광범위하다.

 

 

'마살리스 가문'의 정신적 지주이자, 모던 재즈 피아니스트 계의 대부, '엘리스 마살리스'

 

모던 재즈의 아버지로도 칭송되는 엘리스 마살리스. 그의 80세 생일 당시, 뉴욕 링컨 센터 내에서 펼쳐진 그와 그의 밴드를 호스트로 맞은 공연 영상의 스틸컷.(상단) 재즈피아니스트 '엘리스 마살리스'의 프로필 컷.(하단)

미국 대중음악 역사를 거슬러, 그 최전선에 놓인 단 하나의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코 흑인 영가와 백인의 클래식 사이에서 복잡스레(?) 잉태된, '재즈(Jazz)'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후, 흑인의 가스펠과 백인의 컨트리가 뒤섞이며 로큰롤과 팝이 태동한다.)

기존의 클래식 내 브라스(brass, 금관악기)가 흥겨운 리듬 속 스윙 재즈에 녹아들며 화려한 '빅밴드의 시대'를 만들어 낸 이후, 즉흥연주가 일품인 '프리재즈'*가 시카고를 중심으로 묵묵히 성행되기까지, 현재를 아우르는 Jazz 시점의 본류엔 언제나 '재즈 스탠다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업적 흥행가도를 질주하던 예전 당시(약 1920년~40년 초반)의 재즈 곡들은 헐리웃의 유명 영화나 뮤지컬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 유명세가 내리막을 걷는 동안에도, 이 '재즈 스탠다드'만의 명맥은 최전성기 시절의 향수 어린 기억과 더불어, 수많은 명연주가들의 손길로 현재에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다.

 

* 프리재즈(FreeJazz) : 1950년 대 후반, 기존의 규칙을 파괴하며, 조성과 박자, 형식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은 채, 연주자들의 느낌과 감정으로만 즉흥적으로 연주했던 재즈의 한 장르. 미국 내 인종과 정치 문제를 표출하는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4월 29일에 열렸던, 뉴올리언즈 재즈 앤 헤리티지 페스티발 (The New Orleans Jazz & Heritage Festival)에서 엘리스 마살리스가 자신의 재즈팀(엘리스마살리스 쿼텟)으로 "Twelve's it"을 들려주던 당시의 모습 스틸컷.

그러한 뮤지션들의 역량이 현대 재즈 역사를 올곧이 써 내려가던 어느 시점, 피아니스트로서의 큰 챕터를 온전히 써 내려가던 한 연주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현존하는 재즈 아티스트들로부터의 존경은 물론, 아들 넷 모두를 기본기 탄탄한 재즈인으로 키워낸 거장, '엘리스 마살리스 (Ellis Marsalis)'다.

정통 뉴올리언즈 재즈에 '비밥'*이란 장르를 모셔옴으로써, '모던 재즈'*가 새로이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해 주었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도 평가되는 그는, 최근까지도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새로운 재즈 교육 프로그램의 정착에 헌신해 온 교육자로서 자신만의 입지를 공고히 해 오고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으로 그 위대한 족적에 큰 마침표를 찍기까지, 이젠 그  슬픔에서 조금은 빠져 나와, 그간 남긴 그의 연주와 업적을 살펴보기에 이르렀다. 재즈는 물론, 그를 잘 모르던 이들까지도 각자의 음악적 감수성을 재확인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넘어, 현대 재즈인들의 진정한 스승이자, '정신적 대부'로서 갖는 '엘리스 마살리스'만의 삶의 철학과 의미를 그의 앨범과 함께 미약하나마 자세히 들여다 본다.


* 비밥(Bebop) : 즉흥적인 연주 스타일을 특징으로하는 모던재즈 이전의 한 장르로, 사람이 흥에 겨울 때 내는 의성어에서 비롯된 '밥(bop)'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상업적 스윙재즈에 대항, 1940년대 중반 즈음, 기존 재즈의 멜로디와 리듬, 화성으로부터 커다란 변화를 추구해 온 바, 1950년대 이후로는 쿨재즈, 웨스트코스트재즈, 이스트코스트재즈, 하드밥 등의 모던재즈로 계승되기에 이른다.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찰리 파커 (Charlie Parker)'와 '디지 길레스피 (Dizzy Gillespie)'등이 있다.
* 모던 재즈 : 종래 재즈 기법의 제약을 넘어선, 새로운 재즈스타일의 한 장르로, 비밥 이후의 모든 현대 재즈를 총칭하기도 한다.

 

 

'엘리스 마살리스'의 80세 생일을 맞아, 뉴욕의 링컨 센터 내 'Dizzy's Club 코카콜라(CocaCola)'에서 진행된 그의 특별 공연 중의 모습 스틸컷.(그의 아들 윈튼 마살리스가 총괄 아트디렉터를 맡아 진행했다.)

그 전에 우선, 그의 가족 구성원 중 일부를 살짝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한때, '빅 쓰리(Big Three)'라고도 불렸던 세 부자, '엘리스 마살리스'와 그의 두 아들 '브랜포드 마살리스', '윈튼 마살리스'는 각자 서로 다른 빛을 비추며, 현대 재즈계의 호황에 나름의 입김을 불어넣어 왔다. 그들의 앨범은 언제나 성공을 보장받아 왔으며, 이제껏 재즈 역사 내 한 가족이 한 장르에서 빛을 발한 경우가 그리 흔지는 않았던 만큼, 음악적인 실력으로나, 그들의 아주 특별한 존재감은 그 인기를 입증하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윈튼 마살리스'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분명히 찾아가는 동안, '엘리스 마살리스'는 한 유명 뮤지션을 제 영향력 하에 입증시킴으로 그 본래의 유명세를 더욱 확장시키기에 이르는데, 그것은 재즈 교육이라는 또 하나의 개척 영역 내에서 그만의 입지를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해리코닉 주니어'(좌측)와 협연 중인 '엘리스 마살리스'(우측)의 모습.(상단) 그들의 최근 기념 사진 모습.(하단)

그 수혜자가 바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OST앨범)에 삽입된 '재즈 스탠다드' 연주곡 'It Had to Be You'와 '(Our) Love is Here to Stay'등으로도 유명한 '해리 코닉 주니어 (Harry Connick Jr.)'다. 

위대한 영화음악가, '마크 샤이먼(Marc Shaiman)'과의 그 공동작업(영화OST앨범)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러 빅밴드 앨범 또한 성공시킨 그가, 국내에서도 콘서트를 열며 20세기 재즈뮤지션으론 보기 드문 인기를 과시하는 동안, 자신만의 피아노 연주 역량과 그 깊이감(정통 뉴올리언즈 사운드)에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인물로 '엘리스 마살리스'를 언급한 것은 재즈 입문자에겐 물론, 당시 대중의 입장에선 상당부분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화제거리였다.

과거 재즈의 발전이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될 수 있음에도, 흑인들의 지위 향상은 물론, 연주를 통한 뉴올리언스의 전통유지와 모던 재즈의 성과 측면에만 집중해 오던 '엘리스 마살리스'였기에, 이러한 본의 아닌 전세계적인 주목은, 다시금 그를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좋은 발판을 마련해 준다.

 

 

재즈 연주자로서 테너 색소폰에 먼저 빠져든 청년 시절의 '엘리스 마살리스' 모습.(상단) 이후, 결국 피아노를 선택한 그가 사뭇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하단) 

1934년 11월 14일에 태어난 '엘리스 마살리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갈고 닦은 테너 색소폰을 필두로 프로 재즈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입문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당시 프로 테너주자인 '냇 페릴라이트'의 연주를 듣고나서는, 피아니스트로의 과감한 전향을 선택한다.

1955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까지도, 친구들과의 밴드 활동이 전부였던 그는 1960년대 초, 미 해병대가 후원하는 'Dress Blues'라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본격적인 프로 재즈피아니스트로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는 매주 교체되는 보컬리스트들과의 다양한 연주시도로 피아노 반주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개념을 정립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어떤 아티스트들과 만나든지, 바로 호흡을 맞춰낼 수 있었던 그만의 특별한 역량도 이 때부터 확립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버지로서의 '엘리스 마살리스'가 두 자녀(브랜포드, 윈튼 마살리스)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모습.(상단) 아들 4명 모두와 함께 찍은 무대 위 가족 사진. 좌측 부터, '엘리스 마살리스', '윈튼 마살리스', '델피요 마살리스', '제이슨 마살리스',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모습.(하단)

이후 '알 허트'를 떠난 그는, '스토리빌 재즈 밴드'에 약 1년 간 몸담으면서 새로운 연주 시도를 감행하는데, 이 시기 '엘리스 마살리스'는 재즈의 고전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제대로 연주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음악적 사명감과 재즈에 대한 재인식 모두가 재즈뮤지션 아들 넷을 길러내고, 수많은 뛰어난 제자들을 양성하는데 충분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는 데엔 재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음악적 변혁에 대한 적응 노력과 모던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고뇌에도 불구하고, 당시 뉴올리언스 내 유명 클럽 'Lu & Charlie's'에서 행해졌던 약 일년 반 동안의 연주활동은 녹음이나 녹화로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영상 기반의 유투브가 없던 예전 그 시절의 상대적인 서러움이 재차 확인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예전 당시, '엘리스 마살리스'의 공연 무대 연주 녹음 스틸 컷.(상단) 마살리스 사단의 연주 모습으로 맨 좌측의 엘리스 마살리스와 맨 우측의 어린시절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윈튼 마살리스가 돋보인다.(중간) '뉴올리언즈 재즈 앤 헤리티지 페스티발'에서의 엘리스 마살리스가 아들들과 협연하고 있는 감동적인 모습 스틸컷. 트럼본 주자인 '델피요 마살리스'(맨우측)를 포함하여 브라스 재즈연주자인 아들 셋 모두가 한 화음을 내고 있다.(하단)

'엘리스 마살리스'가 테너 색소폰에서 피아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던 선례와는 달리, 이와는 정반대로, 그의 큰 아들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피아노로 시작해 테너 색소폰 주자로 이름을 날려온 케이스. 재즈의 전통과 순수성에만 집착해 온 동생 '윈튼 마살리스'와는 달리, '브랜포드 마살리스'는 매 앨범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를 섞어내는 등의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해 온 용감무쌍(?)한 모험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들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어느 과거 시점, 재즈역사 속 산 증인으로서 우뚝선 한 아버지(엘리스 마살리스)가 재즈의 실험정신 가득한 아들(브랜포드 마살리스)을 불러내, 한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바로, '재즈 스탠다드' 중 사랑하는 누군가의 이름을 제목화한 곡 모음집, <Loved Ones>다.

 

 

아버지와 아들로서 빚어낸 사랑의 하모니, 앨범 <Loved Ones>의 표지 사진. 앨범 트랙은 다음과 같다. 1. Delilah(Delilah's Theme) 2.Maria 3.Lulu's Back In Town 3.Miss Otis Regrets 5.Angelica 6.Stella By Starlight 7.Louise 8.Bess You Is My Woman 9.Liza 10.Nancy 11.Laura 12.Alice In Wonderland 13.Sweet Lorraine 14.Dear Dolores (앨범의 프로듀싱은 셋째아들 델피요 마살리스가 맡고 있으며, 전곡은 '네이버VIBE'나 그밖의 뮤직어플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앨범 첫 곡으로 눈에 띄는 제목은 '딜라일라'로도 발음되는 'Delilah'로, 우리가 잘 아는 성경 속 이야기인, <삼손과 데릴라>를 영화화 한 바로 그 1949년도 고전 속 '데릴라'를 지칭한다. 삼손이 사랑했던 그 여인의 우울한 곡조를 '엘리스 마살리스'만의 깔끔하고도 부드러운 재지(Jazzy)한 터치감으로, 감독 '세실 B. 드밀'의 영화 속 극적 이야기의 풍부함마저 함께 전해주고 있다. 영화의 첫 도입부인, 'Overtrue(서곡)'에서부터 울려퍼지는 작곡가 '빅터 영'만의 오리지널 곡과 비교해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

두번째 곡 'Maria'는 1957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극 중 '토니'가 사랑하는 '마리아'를 향해 부른 곡으로, 그 유명한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작품이다. 첫 시작부터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색소폰이 감동과 추억의 멜로디를 이끌어내준다. 이를 잔잔한 연주로, 때로는 강렬한 감정의 빈 틈을 메꾸며 그 열정을 조금씩 녹여주는 '엘리스 마살리스'만의 정교한 피아노 선율이 곡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선사한다.

세번째 곡, 'Lulu's Back In Town'은 '브랜포드'의 색소폰이 흥겨운 리듬으로 리드하는 동안, '엘리스'의 반가운 터치감이 청량함마저 전해주며, 후반부에 함께 조화되는 멜로디 라인이 일품으로 다가온다. '델로니우스 몽크'의 유명곡, 'Little Rootie Tootie'(1952)의 브릿지 부분을 인용했다고도 전하는 '브랜포드'가 '엘리스'와 안정된 베이스 라인을 주고 받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다. 

 

 

지난 2015년 4월 뉴올리언즈에서 앨범 13번째 수록곡 'Sweet Lorraine (1928)'을 함께 연주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 '클리프 버웰'과 '미첼 패리쉬'가 만든 이곡은 햇살 내리쬐는 한낮의 열기 속, 달콤한 사랑을 전하러 걷는 하나의 걸음걸이를 연상케하는 재즈 스탠다드 곡으로, 그 러블리한 멜로디를 '브랜포드'의 굵직하고도 안정된 리듬감이 리드하고 있다. '엘리스'의 솔로가 나올 때면, 걸음이 더 흥이나 뜀으로 올라설 수준. 보다 먼저 유명세를 탄 'Nat King Cole' 버젼 하나 안 부러울 연주곡의 중후반부가 눈 깜짝할 새에 마무리된다.

네번째 곡, 'Miss Otis Regrets'은 뭔가 수수한 멜로디라인이 불현듯 감동으로 밀려오는 조용한 곡으로서, 1934년도에 만들어진 '콜 포터'의 작품이다. 이 곡은 한 여인이 믿음을 잃어버린 채,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을 살해하고, 그로 인해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가사와 다소 서정적인 운율을 한껏 되뇌이다 보면, 그녀의 슬픈 감정 보단, 편안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희망하는 설렘(?)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 수많은 가수들과 이 곡을 작업해 온 '엘리스'는 당시, 해당 가수에게 가사를 음미함으로 곡의 분위기를 리드하라 조언했다고도 전해진다.

다섯번 째, 'Angelica'는 '브랜포드'의 즉흥연주(improvisation)는 물론, '엘리스'의 돌출적인 4분의3박 반주로 인해, '브랜포드'의 화려운 솔로라인이 돋보여지는 곡이다.

여섯번 째인 'Stella By Starlight'은 앞서 언급한 '빅터 영'의 1944년도 파라마운트 영화, <The Uninvited> 내 메인타이틀로 쓰인 드라마틱한 곡으로, 영화상 주인공 '릭'이 사랑하는 여인, '스텔라'에게 멋진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쓰였다. 여기서 '브랜포드'의 연주는 '케니 커클랜드'의 'Parable'과 'Mona Lisa'를 인용한 것이며, 엔딩에서의 프레이징은 '디지 길레스피'의 'UMMG'에서 따온 것이라 전하고 있다. 순수한 멜로디라인에 얹혀지는 '엘리스'만의 단순명료한 사운드가 곡의 내용처럼 고귀한 사랑의 순간을 제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어느 사무실에 들러 자신만의 자유로운 연주를 들려준 후, 관객과 덕담을 나누고 있는 '엘리스 마살리스'의 모습.(상단) 형제 모두가 함께 나선 아버지와의 협연에서, '브랜포드'와 '엘리스'가 듀엣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하단)

「일곱번째 앨범 삽입곡 'Louise'가 흥겨운 리듬을 시작하면, '엘리스'의 피아노 선율이 '루이스'를 향한 사랑을 설파하기 시작한다. 원곡의 가사 그대로, 사랑하는 여인, '루이스'에 대한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들뜬 감정으로 흥겨운 춤을 맘껏 춰대기 충분해 보인다.」

앨범 8번째 수록곡, 'Bess You is My Woman'은 '조지 거슈윈'과 '아이라 거슈윈'이 1935년도 오페라 <Porgy and Bess>를 위해 쓴 듀엣곡으로, 주인공 'Porgy'와 그를 사랑한 여인 'Bess'가 자신들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쓰였다. '브랜포드'와 '엘리스'가 주고 받는 사랑에 대한 속삭임이 후반부의 다양한 음색과 변주 및 반복으로 이어져 그 사랑의 감정을 축복하듯, 곡 전체의 분위기를 에워싸며 마무리하고 있다.

앨범 내 유일한 업 템포 곡 'Liza'에선 신명나는 곳곳의 호흡을 '브랜포드' 스스로조차 따라가기 버거울 즈음, '엘리스'의 베이스라인이 좀 쉬엄쉬엄가라며, 안정적인 리듬을 선사,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유명 멜로디가 일품인 서정적인 10번째 곡, 'Nancy'는 1942년도 '지미 밴 휴센'과 '필 실버스'가 만들어낸 것으로, 당시의 원제는 'Bessie'였으나, 이후, 'Frank Sinatra'의 앨범 내 제목인 'Nancy'로 바뀌어진 채로, 유명해졌다. '엘리스 마살리스'의 깔끔한 솔로라인이 돋보이는 곡.

'엘리스'표 피아노의 잔잔한 시작이, 순간 드러나는 '브랜포드' 색소폰의 솔로라인을 받쳐줌으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11번째 곡 'Laura'. 이 곡은 1945년도 영화 <로라>를 위해 '데이빗 라스킨'이 쓴 것으로, 뭔가 로맨틱한 분위기가 선선한 행복감을 자아낸다.

 

 

자랑스런 아들 셋(좌측부터, '델피요, '브랜포드', '윈튼' 순) 모두가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손에 시선을 머문 채로 그의 연주에 응원(?)하고 있는 모습.(상단) '엘리스 마살리스' 전성기 시절, 그와 또 다른 유명 재즈피아니스트 'Kenny Kirkland'와 함께 1986년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PBS TV 스페셜 에서 'Just you, Just me'곡을 연주하던 실황 영상 스틸컷.(하단)

「12번째 곡,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 그대로 동심의 세상을 표현한 월트 디즈니만의 1951년도 동명 애니메이션 메인타이틀로 울려퍼지던 'Sammy Fain'의 곡이다. 수많은 재즈씬에서 연주된 바 있는 이곡은 '엘리스'와 '브랜포드'만의 화려하고도 부드러운 조화가 사뭇 멜로디에 충실한 면모로 금발의 사랑스런 앨리스에 대한 기억을 쉴 새 없이 되살려 주고 있다.」

앨범 수록 마지막곡, 'Dear Dolores'는 '엘리스 마살리스' 보다 몇 년 더 일찍 세상을 뜬 - 이 앨범 제작 당시(1996년도)엔 살아있었던 - 자신만의 사랑스런 아내(2017년 作故)를 위해 '엘리스'가 직접 쓴 곡이다. 그녀를 향한 숭고한 감정이 안정되고 애절한 멜로디에 실려, 행복의 기운을 드높여 주다가도, 감각적인 리듬의 풍부한 터치감으로 복잡하면서도 미안한 감정 또한 드러내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오랫동안 사랑했고, 또 영원히 함께 할 그녀이기에 그런 마음을 미련없이 내보이며 끝을 맺는다. 

'재즈 스탠다드'를 비롯, 앨범 내 총 14곡을 연이어 듣다 보면, 현대 재즈계를 이끌어 온 두 사람에 경의(敬意)를 표하다가도,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의 선율 속, 이젠 그가 너무도 보고 싶을 한 아들의 길고 긴 호흡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그보다 더한 가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왜일까..

소중한 누군가를 맘껏 부를 수 있음에 감사한 오늘, 너무도 그리운 이름이 있다면 이젠 그냥 과감히 그리워해 보자. 언젠가 함께 했던 화음들이 공허한 기억 속 영원히 울려퍼질지 그 누가 또 알겠는가. 영원히 살아있는 순간을 담아낸 이 앨범처럼 말이다.

 

('엘리스 마살리스'의 명복을 빌며, 다음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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