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2월 유동성랠리는 과연 어디까지 갈까"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기는 등 2월 랠리가 이어지자 그 열기가 어디까지 미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 21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존 재정위기라는 해외변수가 버티고 있어 랠리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그리스를 대표로 하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느냐 마느냐에 따라 올해 글로벌 경제지표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글로벌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2012년 2월장이 반환점을 돌아서는 시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6개월만에 되찾은 코스피 2000시대…외국인 8조7000억원 순매수
코스피지수는 지난 8일 전일 대비 22.14포인트(1.12%) 오른 2003.73으로 장을 마치며 6개월 4일 만에 꿈의 '2000고지'를 재탈환했다.
지난 2011년 8월 유로존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2200선을 바라보던 국내 코스피지수는 2100대에서 순식간에 2000대로 떨어졌었다.
그해 8월 4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다음날(8월 5일)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4100억원 가량 주식을 팔았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3.70% 하락한 1943.75로 장을 마치며 2000고지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지난해동안 하락장을 기록하며 한때 1600선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주가가 급락한 지난해 8월 5일부터 연말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약 6조원 가량 순매도했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 전체 금액이 약 8조원인 것에 비춰봤을 때, 매도물량 대부분이 8월 이후 하반기에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2012년 주식시장 판도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의 '뇌관'이 여전히 존재하고, 미국 시장 역시 정상화가 더딘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실제로 올해 1월부터 2월 10일까지 총 8조7000억원 가량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 개인이 6조6000억원 가량 '팔자'세를 기록 중이고, 기관이 9000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기 때문에 이번 코스피 2000돌파는 외국인들의 힘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0지수 돌파는 올해 '뇌관'인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계산이 포함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고려할 때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던 올해 1,2분기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과 미국 시장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 투자 자본들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몰리고 있어 한동안 상승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115조5522억원 중 33.30%인 371조4588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장내거래만 산출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 상장주식을 8조7000억원 가량 사들이고 상장 채권을 3조2010억원 규모 매수해 총 순매수 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보유량이 시총 전체의 33%를 넘은 것은 지난 2007년 10월1일 외국인투자자 비중 33.31%를 차지한 후 4년여 만에 최고다.
◇'바이 코리아'가 최고는 아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대규모 투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이 미국계가 아닌 투기성이 강한 유럽계 자금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기성 짙은 헤지펀드 본사들은 실제로 영국이나 룩셈부르크 등에 몰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연구원은 "올해 국내에 유입된 자금의 90%가 ETF나 헤지펀드 등에서 들어온 것"이라며 "이들 자금은 차익 실현과 동시에 시장에 빠지는 유동성 강한 자금들이라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장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계 자금이 국내로 회귀한다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해 12월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유럽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로 장기대출 해준 5000억 유로 중 일부가 국채시장과 신흥국 증시로 유입돼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1%의 조달비용으로 마련된 자금이 수익률 게임을 벌임으로써 주가 상승을 불러내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2월말 예정된 ECB의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은 물론이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여지와 맞물려 기대심리가 부풀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속되는 금융장세가 유지되려면, 기업이익 증가 등 펀더멘탈 개선으로 집약되는 실적장세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과 더불어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유럽지역의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선순환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통화정책이 실물경기에 반영되는 이론적 시차(9~12개월)를 고려한다면 주식시장의 선행적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증시 분위기는 기대심리가 지나침을 보여준다.
◇2월, 지속되는 유동성 랠리
코스피는 지난 8일 2000고지를 돌파하고 다음날(9일)에는 종가 2014.62를 기록해 본격적인 랠리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10일에는 1993.71로 장을 마치며 '코스피2000시대'를 3일 천하로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이번 하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지 추세는 변함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랠리를 그 근거로 들었다.
심재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외국인투자자 매수강도 지난 1월보다 강하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적인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감에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관련 리스크 변수가 상존하지만 시장은 불확실성 해소 차원으로 접근할 듯하다"며 "투자심리 개선과 유동성 확산에 힘입어 금융과 건설은 업종순환의 바통을 이어 받고, IT와 자동차는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료, 펀더멘털, 수급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 당분간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안착한 뒤 최대 2100선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가 거진 해소되고 있다"며 "급락을 불러왔던 2가지 문제가 해소됐으므로 논리적으로는 급락 전 2100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제지표는 지난해 말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관련 지표들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하는 상황이라 '더블딥' 우려는 점차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유럽 재정위기 역시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유럽의 채권은행단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LTRO) 자금을 공급받아 연쇄적인 문제로 발전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쌓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유로존 금융위기 '뇌관'을 고려해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외국인 자본으로 2000시대를 회복했지만 유로존 '뇌관'이 터질 경우 1400선까지 하락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2100선까지는 충분히 오를 것으로 보이나 유로존 금융위기 사태가 마무리 될 올해 2분기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캐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