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민소진 기자)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무더기로 발견된 가운데 C형 간염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병률은 지역별로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16개 시·도중에선 부산·전남·경남, 기초 자치구 중에선 진도(전남)·남해(경남)·부산 서구가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았다.
2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이 전국의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20세이상 성인 C형 간염 환자의 진료 기록 8년치(2005∼2012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2012년에 국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C형 간염 환자 수는 7만3502명(유병률 0.18%)에 달했다. 2005년 5만2515명(유병률 0.14%)에 비해 2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성별로는 C형 간염 유병률(0.19%, 여 0.18%, 이하 2012년 기준)이 엇비슷했으나 지역별·연령대별론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특히 16개 광역 지자체(시·도, 세종시 제외) 가운데 C형 간염 유병률 1위는 부산(0.35%)이고 전남(0.29%), 경남(0.25%)이 뒤를 이었다. 광역 지자체 중 유병률이 최저인 곳은 충남(0.06%)으로 부산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서울(0.19%)·경기(0.12%)·인천(0.17%) 등 수도권은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제주의 경우에는 2005년 0.15%에서 2012년 0.23%로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한반도의 남부지역에서 C형 간염이 빈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부산 등의 C형 간염 유병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진 못했다.
다만 기 교수는 "과거에 C형 간염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전파됐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오염된 주사기 사용 등 마약 투약이 C형 간염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데 부산의 마약 투약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기초 지자체 중에서 C형 간염 유병률이 전국 최고인 곳은 전남 진도(0.97%)였다. 이어 경남 남해(0.9%)와 부산 서구(0.86%) 순이었다. 진도의 경우 같은 전남의 순천(0.11%) 등에 비해 8배 이상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았다. 부산도 C형 간염 유병률이 최고인 서구(0.86%)와 최저인 사상구(0.28%)의 차이가 3배가량 벌어졌다.
기 교수는 "전남 진도·신안 등 해안·도서 지역의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것은 과거에 이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침술·치아 치료가 무분별하고 비(非)위생적으로 이뤄졌던 것과 상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 교수는 "C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목욕탕 등에서 다른 사람의 면도기나 손톱깎이를 사용해선 안 된다"며 "일부 비위생적으로 시술되는 문신·피어싱을 통한 감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체액을 통해 옮겨지는 감염병이다. 과거엔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는데, 요즘은 수혈 전에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시행하므로 수혈에 의한 감염은 극히 드물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대개 비위생적인 주사 바늘·침·면도기·칫솔 등을 통해 감염된다.
또한 C형 간염은 아직 효과적인 예방 백신은 없으나 합병증 발생 이전에 조기 발견할 경우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